죽은자의 영혼을 믿는다는 이른바 ‘사령카페’에서 만난 10대 회원들과 마찰을 빚은 대학생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의 피고인 4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김종호 부장판사)는 24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말다툼을 벌인 대학생 김모씨(20)를 서울 신촌의 한 공원으로 불러내 칼로 40여 차례 이상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대학생 윤모씨(18)와 고등학생 이모군(16)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을 함께 모의하고, 살해를 묵인한 혐의(살인방조 등)로 구속기소된 고등학생 홍모양(15)에게는 징역 12년, 단기 7년, 대학생 박모씨(21)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대화 내용들을 봤을때)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범행이 사전에 계획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윤씨 등은 흉기와 전화줄 등 살해도구를 사전에 준비, 김씨와 별다른 다툼이 없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절렀다.

재판부는 또 “‘죽여도 상관없다’, ‘물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카카오톡 방 대화 내용도 이들의 범죄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행에 의한 우발적인 살인이라면 이에 대한 당혹감, 놀라움, 후회 등을 보여야 하는데 이들은 범행 후 언론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검거 가능성을 얘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은 김씨의 독선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카카오톡 방에서 말다툼을 한 뒤 불러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씨와 홍양이 사령카페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페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이군과 홍양에게 징역 15년, 박씨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높은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