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임신…여성 창조적 에너지가 예술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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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리움서 개인전 갖는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1. 거대한 코텐 스틸(부식 금속) 오브제. 가늘어 보이는 막대 위에 얹힌 15t 규모의 붉은 쇳덩어리에 전시장과 관람객이 한꺼번에 빨려든다. 작품과 건축의 기민하고 신비한 조응. 여성의 자궁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동굴’의 이름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
#2.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73개의 스테인리스스틸 공. 은빛 구슬들이 관람객의 손을 잡아끄는 듯하다. 죽은 아내를 찾기 위해 땅 밑 세계로 들어갔던 오르페우스에게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의 제목은 ‘큰 나무와 눈’.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현실과 신화, 안과 밖, 어둠과 밝음,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의 대비가 극적이다.
25일부터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시작하는 인도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58). 그는 스테인리스스틸 안료 왁스 대리석 브론즈 알루미늄 유리섬유 등 다양한 재료로 오브제와 공간의 조화를 추구해왔다.
그는 “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작업을 하면서 오브제가 놓여 있는 건축 공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1954년 인도에서 태어난 카푸어는 19세 때인 1974년 런던으로 이주한 후 30여년간 파워풀하면서도 뛰어난 조형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에 출품해 ‘프레미오 2000’상을 받았고, 이듬해 ‘터너상’을 수상하면서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2년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에 길이 155m짜리 조각 ‘마르시아스’를 전시한 것을 비롯해 2006년 뉴욕 록펠러센터 입구에 ‘하늘 거울’(지름 10m·무게 21t),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 초대형 작품 ‘구름 문’(길이 20m·높이 10m·무게 110t), 지난해 런던올림픽 경기장에 높이 114m 대작 ‘아르셀로미탈 궤도’를 설치하며 국제 미술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료를 다루는 테크닉도 뛰어나다. 그는 “물질을 물질로 바라보는 기존의 오브제 작업을 넘어서려 한다”며 “눈에 보이는 물질의 속성과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속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공간과 실공간을 함께 보여주며 그 상호관계를 미학적 시각으로 더듬어간다는 얘기다. 작품이 관람객의 착시를 일으키며 요술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벽에 오목한 구멍을 파거나 불룩하게 만드는 작업은 공간을 수수께끼로 변화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다.
카푸어는 “내 작품은 아젠다나 주제가 없고 신비감을 주는 게 바로 주제”라고 말했다. 공간과 형태, 색채가 부리는 조화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오브제를 넘어 무한한 공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첫눈에는 매우 단순해 보이나 들여다볼수록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환영을 느끼게 된다.
카푸어는 “나는 몸과 관련된 철학적인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물이 발견되길 바란다”며 “작업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미술가의 소임은 바로 창조와 탄생의 순간을 증언하는 일입니다.”
모든 예술가는 작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작업을 하기 위해 꿈을 꾸고 명상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여성 자궁과 임신을 회화처럼 풀어놓는 미니멀 조각에 대해 “여성의 창조적 능력과 에너지가 제 예술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몸 안에는 비물질적인 속성이 있죠.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을 영적 동력이라고 합니다. 예술을 통해 숭고한 영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년 1월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최근작인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조각까지 18점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8000원, 학생 5000원. (02)2014-69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73개의 스테인리스스틸 공. 은빛 구슬들이 관람객의 손을 잡아끄는 듯하다. 죽은 아내를 찾기 위해 땅 밑 세계로 들어갔던 오르페우스에게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의 제목은 ‘큰 나무와 눈’.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현실과 신화, 안과 밖, 어둠과 밝음,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의 대비가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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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작업을 하면서 오브제가 놓여 있는 건축 공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1954년 인도에서 태어난 카푸어는 19세 때인 1974년 런던으로 이주한 후 30여년간 파워풀하면서도 뛰어난 조형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에 출품해 ‘프레미오 2000’상을 받았고, 이듬해 ‘터너상’을 수상하면서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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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다루는 테크닉도 뛰어나다. 그는 “물질을 물질로 바라보는 기존의 오브제 작업을 넘어서려 한다”며 “눈에 보이는 물질의 속성과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속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공간과 실공간을 함께 보여주며 그 상호관계를 미학적 시각으로 더듬어간다는 얘기다. 작품이 관람객의 착시를 일으키며 요술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벽에 오목한 구멍을 파거나 불룩하게 만드는 작업은 공간을 수수께끼로 변화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다.
카푸어는 “내 작품은 아젠다나 주제가 없고 신비감을 주는 게 바로 주제”라고 말했다. 공간과 형태, 색채가 부리는 조화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오브제를 넘어 무한한 공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첫눈에는 매우 단순해 보이나 들여다볼수록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환영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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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소임은 바로 창조와 탄생의 순간을 증언하는 일입니다.”
모든 예술가는 작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작업을 하기 위해 꿈을 꾸고 명상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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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안에는 비물질적인 속성이 있죠.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을 영적 동력이라고 합니다. 예술을 통해 숭고한 영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년 1월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최근작인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조각까지 18점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8000원, 학생 5000원. (02)2014-69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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