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지난 10년간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이뤄냈다. 특히 차별화된 신상품이 꾸준히 등장해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채권 외환 등 주식이 아닌 투자대상, 직접 투자가 어려운 해외시장지수에 투자하는 ETF가 속속 등장했다. 이들 상품은 일반 주식과는 다른 수익구조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다양한 ETF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금융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투자대상에 대한 직접투자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대안이 속속 나오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ETF 시장에 유입됐고, 가파른 양적 성장에도 일조하게 됐다.

○KODEX200에서 자산배분ETF까지

2002년 10월 국내 증시에 최초로 상장된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과 KOSEF200이었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벤치마크와 단순한 수익구조는 초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빠른 이해와 관심을 모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2006년에는 옛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은행ETF를 시작으로 주식형 섹터 ETF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중소형주, 가치주 ETF 등 테마형 ETF들까지 상장되며 주식형 ETF 상품구색이 본격적으로 갖춰졌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 차이나H ETF, 일본ETF 등 해외 주가지수형 ETF가 선보였다. 직접투자가 어려운 해외시장에 손쉽게 접근하기 위한 투자수단이었다. 2009년 이후에는 채권 ETF가 대거 공급되며 주식형에 머물러 있던 ETF의 투자대상 다양화에 기여했다.

주가 횡보국면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인버스 ETF(주가지수 수익률을 역으로 추적해 지수 하락시 플러스 수익을 내는 구조)와 레버리지 ETF(주가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적하는 수익구조)가 상장되며 수익구조의 다변화도 이뤄졌다.

2010년 8월에는 원유 선물 ETF가 상장돼 상품 ETF 시장도 열렸다. 최근에는 주식과 금선물에 일정 비중으로 나눠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ETF까지 상장됐다. ETF 한 종목을 통해 여러 상품군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융당국도 새 ETF 개발 독려

금융당국도 ETF 상품구색 다양화가 시장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했다. 지난 9월 몇 가지 신상품 상장 독려책을 직접 언급했다.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국고채 장기물 레버리지 ETF·실물 상품 ETF·액티브 ETF 등이 조만간 투자자들을 새롭게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당국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해 이들 ETF의 상장을 가능케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상품은 ETF 시장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액티브펀드가 증시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형태인 액티브 ETF는 기존 주식형펀드와 직접 경쟁할 수밖에 없다.

실물 상품 ETF는 현금이 아닌 실물로 환매가 이뤄지므로 해당 상품을 원자재로 활용해야 하는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ETF 시장에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선물에 투자하는 ETF에 비해 수익구조가 단순하고 변동성도 예측 가능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투자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ETF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의 판도 변화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은 후발주자들이 상품개발 앞장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ETF 시장이 상장 종목 수로 1위, 시장규모로 5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ETF 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미국 ETF 시장은 이미 공급자 간 경쟁 격화 시기를 거쳤다. 후발 주자들은 앞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대형 선두 주자들에 비해 운용 보수 인하를 통한 가격경쟁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높은 보수를 받더라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신규 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처음으로 개발한 프로셰어즈(ProShares)는 이후 헤지펀드 인덱스 ETF, 채권 롱쇼트 ETF 등 독특한 상품을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파워셰어즈(PowerShares), 위즈덤트리 등의 ETF는 주당순이익(EPS), 예상 영업이익 등 기업실적 관련 요소들을 이용해 만든 공식으로 유망 종목을 선정하는 펀더멘털 인덱스 ETF와 매니저 재량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ETF 등에 특화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엑스는 리튬, 귀금속 등 상품과 이머징마켓 주식형 ETF에 집중하는 소형 운용사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이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벤치마크 수익률의 2배를 넘어 3배, 4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 등장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형 ETF 역시 레버리지, 인버스 등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이머징마켓 채권이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ETF들이 대거 상장돼 해당 시장이 급성장했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헤지펀드 인덱스 ETF 역시 상당히 많은 상품이 상장돼 있다.

2010년 이후 미국 ETF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액티브 ETF였다. 다양한 전략과 유명 매니저들을 앞세워 각 운용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캠브리아의 글로벌 전술 ETF는 50~100개의 ETF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 형태의 ETF다. 투자 대상이 다른 ETF들로 주식, 채권, 부동산, 상품, 외환 등 다양한 투자대상, 다양한 시장에 접근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위즈덤트리의 이머징 통화 ETF는 이머징마켓 각국의 통화에 투자하는 통화 ETF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만을 대상으로 균일한 분산 투자를 하고 있어 수요가 많은 상품이다.

선진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이들 ETF 가운데에는 아직까지 국내 증시에는 소개되지 않은 상품들이 많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시장에도 이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ETF들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 trisha.su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