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장갑 쓰는 '괴짜 골퍼' 게이니 "도박골프 선수로 뛰며 승부근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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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타차 뒤집고 PGA 생애 첫승
맥글래드리클래식 4R 60타
시급 1만원 받던 노동자 출신
맥글래드리클래식 4R 60타
시급 1만원 받던 노동자 출신
게이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GC 시사이드코스(파70·705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이글 1개와 버디 8개로 10언더파 60타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1타차로 제쳤다.
공동 선두 짐 퓨릭과 데이비스 러브3세(이상 미국)에게 7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게이니는 드라마틱한 인생처럼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우승 상금은 72만달러.
버디 4개로 전반을 31타로 마친 그는 후반 11, 13, 14번홀에서 연거푸 버디를 낚으며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15번홀(파5)에서 벙커샷 이글을 성공시키며 2타차 선두로 나섰다. 16번홀(파4)에서 6m 버디를 잡아 ‘꿈의 타수’인 59타를 기대했지만 버디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공장에서 일하며 프로 꿈꿔
게이니의 모자에 새겨진 A.O.스미스는 온수기 및 보일러 제조회사 이름이다. 그는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곳에서 근무하며 온수기에 보온재를 덮는 일을 했다.
그가 이곳에서 근무할 때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열리는 미니투어에 출전한 적이 있었다. 회사에 알리지 않고 출전했다가 덜컥 우승해 우승상금 1만5000달러를 받았다. 다음날 회사로 출근하니 그의 우승 소문이 퍼졌고 상사가 그를 호출했다.
징계를 각오한 그에게 상사는 “다음에는 회사에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네”라고 했다. 상사가 “우승상금으로 뭘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그는 일과 골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흘 뒤 “프로 무대에 도전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1998년 미니투어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중반까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5년과 2007년 골프채널의 이벤트 프로그램인 ‘빅 브레이크’에 출연해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2007년 2부투어인 내이션와이드투어에서 뛰었고 그해 말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19위에 오르며 2008년 투어에 데뷔했다.
○나는 ‘도박 골프’로 강해졌다
미니투어 선수 시절 의욕은 넘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도박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알게 됐고 돈을 받고 선수로 뛰었다.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대결을 벌였다. 홀당 2만달러가 걸리기도 했다. 난 잃을 것이 없었지만 이기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도박 골프를 하면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그는 “상대가 누구든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도박 골프를 할 때는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가차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지면 웃는 일도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어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이 스윙한다. 그는 “내 스윙이 추하고 흉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 스윙은 성과를 냈다. 아직 PGA투어 최고 선수는 아니지만 골프로 밥을 빌어먹을 실력이 되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은 사람 중 하나가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샷을 할 때나 퍼팅할 때 양손장갑을 끼고 플레이한다. 그는 “어린 시절 야구를 하다가 골프로 바꿨지만 양손장갑을 끼는 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한쪽만 끼고 플레이해봤지만 나에게 맞지 않았다. 양손에 장갑을 끼면 클럽을 더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