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간 2차 TV 토론회가 지난 16일 열렸다. 오바마는 1차 토론에서 패배를 만회하고자 이틀을 버지니아에 있는 리조트에서 맹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오바마의 판정승. 롬니는 최근 리비아 주재 미 대사관에 무장세력이 침입해 대사를 비롯해 4명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대모대의 우발적 충동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가 계획적인 테러라고 말을 바꾼 오바마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건 다음 날 오바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모금 운동에 참석했으며 14일이 지나서야 테러범의 만행으로 인정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오바마는 “그렇지 않다. 나는 다음 날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이때 중립을 지켜야할 사회자 캔디 크롤리(CNN)는 롬니에게 “오바마 말이 맞다”고 해 특정 후보의 편을 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토론회 도중 한 대학생이 “졸업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자 롬니는 “오바마의 임기 4년 동안 중산층이 붕괴됐으니 점점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오바마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을 파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롬니”라며 “크라이슬러를 살린 것은 바로 나”라고 주장했다.

롬니는 “오바마는 4년 전 재정적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더니 오히려 2배로 늘렸다”며 “이제 오바마는 채무를 20조달러까지 끌어올려 미국을 ‘그리스의 길’로 끌고 가고 있다”고 반격했다. 오바마는 “미국 국민의 47%는 삶에 대한 책임감이 없고 정부 보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고 한 롬니의 실언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현재 각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오바마가 237명으로 롬니(191명)에 앞서 있다. 남은 110명의 선거인단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2일 3차 토론이 남아 있지만 양당의 외교 정책이 큰 차이가 없는 데다 핵심 이슈인 리비아 사태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을 마쳤기 때문에 시청률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롬니는 앞으로 남은 선거인단 중 80명(72%) 이상을 차지해야 대선에서 승리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미국 역사에서 7.2%가 넘는 실업률로 재선된 대통령은 없었다. 현재 실업률은 7.8%가 넘는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계속 우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비해 미국 경제가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며 4년 더 맡겨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인 것 같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한국경제신문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