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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원에 거품 낀 '녹색경제'…유럽위기·공급과잉에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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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보조금 역풍 맞은 그린에너지
    독일 보조금 최대 29% 삭감…프랑스·스페인은 중단 선언

    세계 최대 시장 EU 재정난…수요 급격히 줄어 가격 급락
    오바마 극찬 솔린드라 파산신청…올 미국·유럽 40개 업체 폐업

    태양광발전 소재 폴리실리콘 생산량 7배 급증, 값은 역대 최저
    중국도 투자 과잉 역풍 맞아…CEO 자살·대규모 감원


    2010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태양광패널 생산업체 솔린드라 본사를 방문했다. 공장을 둘러본 그는 특유의 활력 넘치는 걸음걸이로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솔린드라와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를 보다 밝고 부강한 미래로 이끌 것입니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2011년 9월 솔린드라는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파산보호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한 5억2800만달러의 대출은 한 푼도 갚지 못했다. 미 하원은 백악관의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오바마의 ‘솔린드라 연설’은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지며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솔린드라가 끝이 아니었다. 비콘파워(에너지 저장장치업체), 에너원(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 어바운드솔라(태양광패널 제조업체) 등이 줄줄이 무너지더니 이달 16일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스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모두 정부자금 지원을 받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다. 이들이 투자 및 대출보증 등의 형태로 지원받은 자금은 모두 13억4500만달러(약 1조4860억원)에 이른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은 올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만 40개 넘게 문을 닫았다. 각국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각종 특혜가 문제의 근원이다. 에너지전문 연구업체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은 경제성이 없어 세계 어디든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태양광산업 등에서 과잉 공급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요 위축과 판매단가 하락이 심화되자 관련 기업이 파산에 이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보조금에 부푼 ‘녹색 버블’

    외교통상부의 올 4월 조사에 따르면 세계 80개국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케냐, 아제르바이잔, 파푸아뉴기니 등 저개발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원책으로는 발전차액지원제(FIT)가 대표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기만 하면 생산비의 일정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도 작년까지 시행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약 800만~1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경제성보다 보조금에 의존한 ‘보조금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신재생에너지 시장인 유럽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수급 상황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국의 지원을 업고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시설 규모는 2007년 4만2550t에서 올해 31만714t으로 7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작년 3월 ㎏당 78달러대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역대 최저치인 20달러까지 떨어지며 공급 과잉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달 전기차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생산 과잉으로 전기차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두 차례 전기차 볼트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반차 대비 3~4배 비싼 전기차 구입비용을 연료비 절약으로 상쇄하려면 27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수명은 3~5년 정도.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답이 안 나오는 셈이다.

    ◆고통받는 직원들과 투자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역시 해당 업계 종사자들이다. 지난 8월 중국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청싱(誠興)의 리페이(李飛) 최고경영자는 자신이 일하던 건물 6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은행 대출 300만달러를 갚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세계 2위 태양광웨이퍼 생산업체인 중국 LDK솔라는 작년 5월 이후 전체 직원의 절반인 약 1만명을 해고했다. 남아 있는 직원에서 안후이(安徽)성 공장종업원 5000명 중 4500명에게는 장기휴가 조치를 내렸다.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사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올초 23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최근 140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해당 산업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미국 온라인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사모투자펀드(PEF)인 블랙록뉴에너지는 2007년 이후 49.9%의 손실을 입었다. 임팩스인바이런멘털도 5년간 자산의 20%를 날렸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태양광패널업체 선테크는 2007년 79달러였던 주가가 최근 92센트까지 폭락했다.

    ◆보조금 축소로 내년에도 어려울 듯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면서 관련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시장인 독일은 올 7월 관련 보조금을 최대 29%까지 줄였다. 이에앞서 지난 4월 독일 태양전지 제조업체 큐셀은 출혈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프랑스는 작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보조금을 깎은 데 이어 올 2월부터는 신규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생산시설 과잉이 이유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도 1월 신규 전력생산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했다.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에 따른 스페인 전력공사의 누적적자는 220억유로로, 이 중 100억유로를 스페인 정부가 부담한 데 따른 대응이다.

    내년 세계 풍력시장은 지원 중단에 따른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 설치비용을 20~30%까지 낮춰 사실상 보조금 지급 효과를 내던 미국의 세금감면제도 시행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액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28%를 차지하는 미국의 신규 풍력발전 설치 규모는 올해 12.5기가와트(GW)에서 내년 1.5GW로 88% 감소할 것으로 미 풍력발전협회는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이후에나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지원금을 떼일 것을 우려해 한계기업 퇴출을 가로막으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고은이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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