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업종 가운데 된서리를 맞은 곳은 민물장어 식당이다. 지난 2년 동안 문을 닫은 식당만 전국 400여곳에 달한다. 민물장어 수입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민물장어의 95%는 외국산이다. 그런데 주요 수입원인 대만이 수출 물량을 통제하면서 많은 식당이 폐업에 내몰린 것이다.

ADVERTISEMENT

국내에서 양식을 하려면 민물장어 종묘(실뱀장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도 없지만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뱀장어 가격은 ㎏당 3500만원으로 금값의 57%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 민물장어를 직접 양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연구단이 뱀장어 수정란에서 부화한 3㎜의 렙토세팔루스(민물장어 유생)를 256일 만에 양식이 가능한 실뱀장어로 변태시키는 데 성공한 것. 실뱀장어 양식에 성공한 것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뱀장어 양식은 그동안 자연산 실뱀장어를 채집해 7~10개월간 사육해 출하하는 불완전 양식이었다. 먹이, 서식 환경 등 유생 단계에서 실뱀장어로 자라나는 과정이 속시원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그나마 국내에서 이런 방식으로 확보하는 양은 국내 수요의 5%에 불과하다. 어미 뱀장어는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고, 여기서 부화한 유생은 6개월간 유생 과정을 거친 후 실뱀장어 상태로 변태해 민물로 돌아와 성장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양식 성공으로 8조6000억원 규모인 동남아시아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며 “연간 약 1500억원에 달하는 종묘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