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라도 인문학적 지성을 가져라.”

김용 세계은행 총재(사진)는 16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의 대화’에서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대학 등 고등교육에 일찍 투자해왔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빈곤 퇴치가 세계은행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운을 뗀 뒤 개발도상국의 위기 극복 예로 한국의 경제 발전과 교육열을 들었다.

김 총재는 “내가 세계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물어본다”며 “한 번은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한 동료가 새마을운동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봤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 정도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개도국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학 등 고등교육에 일찍 투자해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대학 2학년 시절 아버지가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냐고 질문하셨을 때 정치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혼이 났다”고 소개했다. “아버지께선 우리는 아시아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실용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는 것. 그는 특히 “미래를 준비하려면 다양한 문화에 대한 경험과 언어능력이 필요하다”며 “공학도라도 인문학적 지성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빈곤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일자리와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자리의 90%가량이 민간 부문에서 창출된다”며 “여성의 사회활동률을 높여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버지가 실향민이기도 해서 하루빨리 북한이 지원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은 최근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직 에너지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안보 등에 대한 정책 조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박상익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