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3人의 유머 실력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1년 저격을 당한 후 “피하는 걸 잊었어”라는 농담으로 심각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렇듯 딱딱하고 심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는 정치인의 화술도 일종의 ‘정치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우리 대선 후보들의 ‘농담의 정치력’은 어떨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썰렁개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신당동 패션몰에서 쇼핑을 하며 주변에 거울이 없자 “악마가 사람을 골탕먹일 때 방에 예쁜 모자를 두고 다 써보라고 하는데, 그 방에 거울이 없다”고 농담을 건넸다. 함께 간 조윤선 대변인이 항아리 스타일의 바지를 추천하자 “근혜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해 주변에선 웃음이 터졌다.

지난 8월23일 한 토론회에선 “산토끼의 반대말은 뭔지 아세요”라고 질문을 던진 후 “생물학과는 죽은 토끼, 지리학과는 바다토끼, 물리학과는 알칼리토끼, 정치외교학과는 집토끼라고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매사 진지하다. 스스로도 “경상도 남자라 재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문 후보 역시 최근 재치 있는 멘트가 늘었다. 지난 5일 시민캠프 회의에서 ‘호남의 아들이냐 경남의 아들이냐’는 질문에 “호남의 정치적 아들, 경남의 생물학적 아들”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5일 ‘전국상공인들과의 대화’에선 “(등산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제가 북악산에 자주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북악산은 청와대 뒤편에 있다. ‘청와대 입성을 도와달라’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은근히 재치 있는 농담을 하는 편이다. 정연순 대변인은 “안 후보가 캠프 관계자에게 ‘불금(불타는 금요일) 보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받고서는 그 다음주 월요일에 ‘새까맣게 타버렸네요’라고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현진/허란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