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넘어 귀순한 이후의 군 대응 과정은 ‘총체적 부실’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철책 경계 실패에서부터 거짓 보고, 지휘 실패 등 여러 과실들이 중첩됐다.

말단 소초(병사들 생활관)에서 군 최고 지휘부인 합동참모본부에 이르기까지 어느 선상 하나 운영체계가 제대로 작동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말단 부대에선 ‘노크 귀순’을 ‘CCTV 확인 후 신병인도’로 거짓 보고를 했고, 지휘부는 귀순자가 ‘노크했다’는 진술을 했음에도 실상을 밝혀내는 데 소홀했다.

일선 부대에서 3일 ‘CCTV 확인 후 신병인도’ 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고 ‘노크 귀순’했다고 정정보고를 했지만, 합참 관계자는 보고서를 아예 살펴보지도 않았다. 정승조 합참의장이 7일부터 10일까지 여섯 차례나 ‘CCTV가 맞느냐’고 작전본부장(중장)에게 물었고, 작전본부장은 그 때마다 ‘CCTV’라고 답했다.

정 의장은 이로 인해 8일 국정감사에서 귀순 사실을 CCTV로 확인했다고 답변, ‘위증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군 수뇌부가 3일 기무사령부 조사 결과 귀순자가 소초 문을 두드렸다는 보고를 받고 4일 조사를 지시했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8일에야 현장 검증에 나섰다. 군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고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이번 대응 과정에서 군이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계와 보고는 군에서는 ‘기본 중에 기본’으로 통한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격언도 있다.

물론 군도 할 말이 있을 게다. 휴전선 첨단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왔다. 대다수 장병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터에 정치권은 국방 시스템 개선에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대안 없는 비판에만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군의 과오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차기 전투기, 대형 공격헬기 등 10조원대의 최신 무기 구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리 거액을 들여 무기체계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기본부터 무너지면 만사 허사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