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외식 시장을 공략할 때는 우선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1차에서 식사를 하고 2차에서 술자리를 갖는 문화는 한국과 일본뿐이죠. 이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한국처럼 주점 컨셉트의 체인점이 늘어날 수가 없어요. 다양한 음식과 술을 갖춘 중대형 레스토랑이라야 살아남습니다.”

꼬치구이 전문브랜드 투다리를 운영하는 (주)이원의 김진학 회장(65·사진)은 “1995년부터 17년간 중국에서 펼치고 있는 외식사업이 도약기를 맞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2003년 시작한 중국 체인점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며 “소형 꼬치구이점을 중대형 레스토랑으로 변신시켜 체인점 확장에 날개를 날아 2018년엔 중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한·중 수교 3년 만인 1995년 중국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당시엔 중국 시장이 노다지로 보였고 점포 수도 급격히 늘어나다가 5년째부터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해 원인 분석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원인은 한국과 중국의 외식문화가 다른 데 있었다. 그가 벌였던 중국 점포는 66㎡(20평) 이하의 점포로 주력 메뉴는 꼬치구이, 어묵, 우동이 전부였다. “식사와 음주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중국인들은 ‘2차 문화’가 없어 한꺼번에 10개 이상 메뉴를 주문합니다. 당연히 대형 음식점을 선호하지요. 초기 ‘투다리(土大力)’는 소형 매장에다 메뉴가 부족해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떨어졌던 겁니다.”

김 회장은 2003년 현지 체인점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신규 점포는 최소한 231㎡(70평)를 넘는 중대형 매장에 20개 이상의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120개 매장 전부가 레스토랑 컨셉트로 바뀌었다.

그는 2010년 인도네시아 반둥과 태국 방콕에 합작 점포를 연 데 이어 올 2월 베트남 호찌민에 식품공장을 설립하면서 베트남 1호점을 여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원은 국내 매장 혁신작업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1995년엔 긴급수리차 2대를 사고 전국 순회팀을 꾸려 1년간 전액 본사 비용으로 리뉴얼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며 “이런 작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은 1987년 시작한 투다리를 비롯해 칸(펍 레스토랑), 라쿠엔(일본식 주점) 등 외식체인점 2300여개를 운영, 연간 5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1세대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다. 지난 7월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전남 진도 출신인 김 회장은 포항제철에서 10년간 근무하다 35세 때 7급 공무원으로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 들어갔다. 그는 “상공부에서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인천도시가스에 들어갔다”며 “일본 업체와의 제휴건으로 일본 출장을 자주 가다 먹어보고 반한 ‘야키도리’(닭꼬치구이)가 투다리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