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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동북아 상상력' 필요한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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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둘러싸고 열강들 각축전
    대선주자 외교·안보전략 안보여
    동북아 질서재편 대응책 나와야"

    차윤호 <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
    18대 대통령 선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수치를 쏟아내기에 바쁘다.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국민통합, 변화, 혁신, 무상복지, 일자리 창출, 그리고 후보를 포함한 측근들의 비리혐의 등도 매일같이 영상이나 지면을 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이미지 이야기만 하고 있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이미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경제민주화는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귀결된다. 복지의 토대는 국가와 더 나아가 기업의 몫이다. 복지는 재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아직까지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콘텐츠도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사람은 국내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문제 해결능력도 중요하다. 설상가상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힘 겨루기, 영토분쟁 등 동북아시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 속에 유력 대선후보들과 정당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외교·안보 및 통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과 중국의 급부상, 러시아의 동진정책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 힘의 균형이 재편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한반도 주변국들의 새로운 리더들이 탄생하는 해다. 내년에는 새로운 리더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특히, 미국과 중국 주도의 동북아 신질서 구축에 기선싸움이 예상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의 외교·안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북아에 새로운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오로지 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무상복지 포퓰리즘 공약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은 대선 후보들의 안보의식, 국가 위기관리 능력 등 통일·외교·안보문제에 대한 관점과 역량도 보고 싶어 한다. 한반도 주변국의 이익이 숨어 있는 남북문제, 영토분쟁 및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뒤섞여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기존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남북문제, 영토문제 및 통일 한국의 시계를 앞당기는 방안,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정착, 더 나아가 위기관리 능력 등은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비전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한반도 중심의 4강 외교는 ‘현상유지’를 기초로 한 유연한 균형외교 정책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국들 사이에 자국의 이익이 상충되고 경쟁하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의 통일한국을 위해 스마트한 외교가 요구된다.

    둘째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 시대에 능동적 참여로 대한민국의 외교활동 공간을 넓히면서 동북아의 새 질서 재편 과정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과는 혈맹에 기초한 안보동맹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경제협력 강화와 유연한 외교협력이 필요하다. 북한과는 화해와 협력을, 그리고 러시아와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농업분야 협력, 에너지자원 협력 등 양국 간 또는 남·북·러·중이 참여하는 다자간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다자간 경제·안보 메커니즘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선 후보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식견 및 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외교·안보 역량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 차기 대통령에게는 국내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난해한 남북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고차원의 동북아적 상상력과 글로벌적 혜안이 요구된다.

    차윤호 <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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