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색(翡色)은 고려청자 특유의 푸른 빛깔을 표현하는 단어다. 그 오묘한 빛깔은 멀리 중국 송나라에까지 알려졌다. 태평노인(太平老人)이란 이는 당대의 명품 목록을 정리한 책 《수중금(袖中錦)》의 ‘천하제일’ 조에 ‘고려비색’을 올려놓았다. 1123년 고려에 온 송나라 사신 서긍은 저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도기의 푸른 빛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말한다’고 기록하며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6일부터 12월1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천하제일 비색청자’ 특별전을 연다. 중앙박물관이 1989년 ‘고려청자명품’전 이후 23년 만에 개최하는 고려청자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 나오는 청자는 350여점. 청자사자장식향로(국보 60호) 등 국보가 18점, 보물이 11점에 이른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고려청자 2점도 선보인다. 고려청자의 발생, 상감(象嵌)기법의 시작 및 유행, 간지명(干支銘) 상감청자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고려청자의 흐름을 정리해볼 수 있다. 고려시대 공예품으로서 청자의 역할과 생산, 유통, 칠기나 금속기와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기존의 연대순(편년) 전시 방식이 아니라 편년·용도·상감·명품 등 4부로 구성해 고려청자를 종합 조명할 수 있게 했다.

1부 ‘고려청자의 시작과 전개’에서는 청자의 시기별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중국 도자문화의 유입을 통해 고려청자가 발생하고, 벽돌가마에서 흙가마로 이행하는 과정을 거쳐 강진과 부안에서 비색과 상감으로 절정기를 맞는 전개 과정을 알 수 있다.

2부 ‘청자, 고려를 보는 창’에서는 음식·여가·종교 문화를 반영하면서 여인들의 꾸밈도구 등 청자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소개한다. 중앙박물관 소장 ‘청자 인물형 주자’(국보 167호)와 개인 소장 ‘청자 퇴화점문 나한좌상’(국보 173호) 등을 볼 수 있다.

3부 ‘창조성의 발현, 상감’에서는 상감기법을 집중 조명한다. 상감은 백토와 자토가 흑백 대비를 이루어 화려한 장식 효과를 극대화한 고려만의 도자장식 기법. 푸른 빛깔과 함께 고려 청자만의 공예미를 대표한다. 간송미술관 소장 ‘청자 상감포류수금문 정병’(국보 66호)과 일본 네즈미술관 소장 ‘청자 음각 연당초문 정병’을 감상할 수 있다.

4부 ‘천하제일을 말하다’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천하제일로 꼽을 만한 고려청자 22점을 볼 수 있다. 중국도자기에서 영향을 받은 ‘청자사자장식향로’(국보 60호)와 ‘청자어룡형주자’(국보 61호), 독자적인 공예미가 표현된 ‘청자투각칠보문향로’(국보 95호), 고려 사람들의 서정성과 화려한 문화가 반영된 간송미술관 소장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과 ‘청자상감모란넝쿨문주자’(국보 116호)도 눈에 띈다. 일본 중요문화재인 야마토 문화관 소장 ‘청자구룡형정병’,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청자동자·동녀형 연적’도 비교감상할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