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가 롯데그룹을 택한 것은 돈보다 의리 때문이었다. 롯데와 계약을 결정하기 전까지 연 1억~2억원을 더 주겠다는 곳이 있었지만 이를 마다했다. 김효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었다. 노 사장은 2010년 말 롯데마트 골프단을 창단하면서 김효주를 알게 됐다. 평소 골프에 관심이 많은 노 사장은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 중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봄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초청선수로 출전해 9위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해 말 롯데는 하와이에서 미국 LPGA투어인 ‘롯데챔피언십’을 개최키로 결정했다. 노 사장은 바로 김효주 측에 연락해 올해 롯데마트여자오픈과 롯데챔피언십에 초청하겠다고 했다. 김효주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첫날부터 선두를 지키며 2위에 무려 9타차 우승을 일궈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하와이로 건너가서는 공동 12위를 했다.

노 사장은 하와이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김효주를 점심에 초대했고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김효주의 부친 김창호 씨는 “롯데마트여자오픈과 롯데챔피언십에서 나온 김효주의 기사와 사진이 실려 있는 앨범이었어요. 사실 너무 바빠 사진도 한 장 제대로 못 찍고 기사도 읽지 못했거든요. 우승할 때도 18번홀 마치는 것만 보고 호텔방으로 짐 싸러 달려갔으니까요. 정말 고맙더라고요. 이런 분이라면 딸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김효주가 일본에서 우승했을 때 꽃다발을 직접 전달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효주 매니지먼트사인 지애드의 강영환 대표는 “비행기 타고 출장가다가도 전화를 걸어 김효주의 성적을 물어오곤 했다”고 전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