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사태’로 인해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회사채 판매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리테일(소매) 부문이 위축된 데다 기관투자가들도 보수적 태도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율이 저조해 절반가량은 주관한 증권사들이 떠안고 있다.
◆회사채 절반을 증권사가 인수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6일 5년만기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8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단 한 곳의 기관투자가도 참여하지 않았다. 발행일까지 추가적인 투자 수요가 없으면 대표 주관사인 KB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을 포함한 인수단이 발행물량 전액을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OCI 이랜드월드 LS전선 GS건설 등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기관투자가의 참여 물량은 예정에 한참 못 미쳤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수요예측 참여가 저조해 기관투자가에게 팔지 못하고 증권사들이 인수한 회사채는 전체의 49%에 이른다.
◆회사채 발행 주관 꺼리는 증권사
시장 참가자들은 웅진홀딩스의 기습적인 법정관리 신청 이후 기관투자가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리테일 부문의 투자 수요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최근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일부 건설사에 대해서는 증권사들이 대표 주관 업무를 꺼리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올 4분기에 산업 위험이 높은 업종에 속해 있거나 비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증권사들이 이들 기업의 대표 주관업무를 꺼려 회사채 발행이 지연되거나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발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 4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무보증 회사채는 총 7조5200억원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