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에 속한 종목들은 개별 종목에 별다른 악재가 없다면 업황에 따라 주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게 마련이다. 사업 구조가 매우 비슷한 ‘닮은꼴’이라면 동조화 현상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선 닮은꼴 종목이라도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기관이 이들 종목에 대해 정반대 선호도를 보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희비 엇갈리는 닮은꼴 종목

엔터테인먼트 업종 내 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소속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에 힘입어 지난 2일 10만원 벽을 돌파했던 와이지엔터는 이후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와이지엔터는 이날 7만2600원으로 장을 마쳐 이달 들어 23.81% 하락했다. 반면 에스엠은 이날 6만5500원으로 장을 마쳐 이달 들어 9.71% 상승했다.

함께 오름세를 타더라도 상승폭이 현격히 차이나는 종목도 있다. 홈쇼핑 업종 내 CJ오쇼핑GS홈쇼핑은 이달 나란히 상승했다. 하지만 CJ오쇼핑은 7.35% 오르는 데 그친 반면 GS홈쇼핑은 두 배가 넘는 16.47% 올랐다. 모바일게임주인 컴투스게임빌도 각각 6.99%, 11.25% 상승해 게임빌이 더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닮은꼴 종목 간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9월 한 달간 현대차기아차가 정반대 흐름을 보이며 현대차는 4.78% 오른 반면 기아차는 6.34% 내렸다.

◆정반대 선호도 보이는 기관

두 종목에 대한 기관 선호도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진 게 닮은꼴 종목 간 주가 흐름의 차이를 야기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은 이달(1~12일)에 GS홈쇼핑을 196억원어치 사들여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반면 CJ오쇼핑은 28억원어치를 팔아 순매도 16위에 올려놨다. 에스엠은 2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와이지엔터는 541억원어치를 팔아 코스닥 순매도 ‘넘버1’이 됐다.

컴투스와 게임빌에 대해서는 기관이 두 종목 모두 ‘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컴투스와 게임빌의 이달 기관 순매수 규모는 각각 78억원과 123억원으로, 게임빌에 대한 기관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같은 조건이면 싼 게 좋다

닮은꼴 종목에 대한 기관의 선호도가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한 종목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고평가 단계에 접어들자 그 대안으로 다른 종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의 지난 12일 기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3.04배와 8.52배로, GS홈쇼핑의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점에 기관이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 등이 닮은꼴 종목을 짝지워 고평가된 종목은 팔고 저평가된 종목은 사는 ‘페어 트레이딩’을 구사하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싱가포르에서 운용 중인 헤지펀드 ‘트러스톤 다이내믹 코리아’와 ‘트러스톤 팰콘 아시아 마스터’는 7월부터 9월 초까지 에스엠을 꾸준히 거래했다. 해당 펀드들이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는 롱쇼트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와이지엔터와 짝을 이뤄 매매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자산운용업계는 보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