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은행을 포함한 금융 공공기관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중 순수 내부 출신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된 이후 58년간 한 번도 내부 행장을 배출하지 못한 산업은행처럼 모든 CEO가 외부 출신으로 채워진 곳이 14개 공공 금융기관 중 11곳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모피아(경제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고위직을 싹쓸이한 탓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데이터 코스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14곳의 역대 CEO 196명 중 기획재정부 출신이 92명(4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은 각각 7명, 9명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 인사 역시 재정부에서 온 경우가 많다.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모피아 출신은 104명으로 그 비중이 53.1%에 달한다.

기보는 역대 이사장 9명이 모두 재정부에서 왔다. 신보와 수출입은행은 각각 17명 중 10명, 거래소는 35명 중 17명, 예보는 8명 중 4명, 캠코는 19명 중 9명이 재정부 출신이다.

14개 기관의 현직 CEO 중에서도 8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처럼 일반직원으로 입사해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은 14개 기관의 역대 CEO 196명 중 3.1%인 6명뿐이다. 거래소 3명, 기업은행 2명, 캠코 1명이다.

경제관료들은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 등을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관료들이 간다고 무조건 낙하산으로 봐선 안된다”며 “오히려 공무원이 전문성을 갖고 정책과 연계된 사업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 입장에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제관료들이 와서 업무 파악에만 1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료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고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창민/주용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