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말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의 동일 평형 주택이라도 ‘로열층’은 최대 2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실제 아파트 거래가격을 반영한 담보가치를 매겨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층 향 조망 따라 담보가치 차등 산정

금융감독원은 아파트 담보 가치를 따질 때 가구별 특성에 따라 격차를 두는 방향으로 ‘주택담보대출 담보가치 평가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은행권의 LTV 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해 은행감독 규정 시행세칙도 개정한다. 층 방향 조망 소음 일조량 등에 따라 생기는 집값 차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아파트 담보가치를 산출할 때 통상 한국감정원의 시세 중간가나 KB부동산 시세의 일반거래가를 활용해왔다.

새로운 담보가치 평가를 위해 한국감정원은 전국 공동주택 1200만가구의 공시가격 차이를 지수화해 산정한 층·가구별 격차율을 바탕으로 개별 가구에 대한 담보가치를 계산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같은 아파트 단지의 동일 평형 주택이라도 담보가치가 20%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재산정 주기도 기존 1년 이내에서 분기별(3개월)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체 아파트 담보가치도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이 아파트단지의 전체 담보가치는 LTV 산정 방식 변경으로 1.87%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열층 대출한도 20%까지 확대 전망

특정 아파트단지를 놓고 보면 같은 평수라도 호별 격차에 따라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층수 방향 조망 소음 일조량 등에 따라 담보가치가 8~20% 차이가 난다. 같은 아파트단지의 동일 평수 주택이라도 로열층을 살 때 최대 2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서울 특정 아파트단지에서 4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2억원까지 담보대출(LTV 50% 기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로열층의 경우엔 담보가치를 4억8000만원으로 평가받아 2억4000만원까지 빚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저층이거나 소음이 많은 경우엔 대출금액이 줄어든다.

금감원은 바뀐 LTV 산정 방식이 은행의 담보가치 평가에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LTV 재산정 주기도 기존 ‘1년 이내’에서 ‘분기별(3개월)’로 바꿀 예정이다. 바뀐 LTV 산정 방식과 주기는 은행들이 전산 시스템을 마무리하는 오는 1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아파트 담보가치 평가체계 손질은 실질 아파트 가격을 반영해 정확하게 LTV를 도출해 내려는 목적에서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하우스푸어와 깡통주택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LTV 통계의 정확성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며 “실거래가가 반영된 LTV를 중장기 대책 마련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세에 맞게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인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게다가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거래 자체가 끊긴 상황에서 담보가치를 재평가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