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교육, 인증으로 업그레이드] "전국 경영대 150곳…경영교육인증은 교육 선진화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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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원장
청년 실업 본질은 교육-현장 미스매치 탓
학생對교수비율 60대 1…초등학교보다 못해
경영교육인증 실시후 경영교육 상향 평준화
청년 실업 본질은 교육-현장 미스매치 탓
학생對교수비율 60대 1…초등학교보다 못해
경영교육인증 실시후 경영교육 상향 평준화
“경영교육인증은 일종의 자율적인 품질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 경영대학이 150개 있는데 강의의 질이나 수업 환경 등이 천차만별이죠.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됐다면 경영 교육도 그 수준에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인 수준을 갖추자는 게 인증의 취지입니다.”
정구현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원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교육인증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국 150개 경영대학 중 50개만 제대로 된 교육을 해도 국내 경영학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영대 교수,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냈고 현재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자유기업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2008년 한국경영교육인증원 2대 원장에 취임했고 2011년 연임됐다.
▷인증의 효과는 무엇입니까.
“크게 보면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얻는 효과와 인증을 받은 후의 효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영교육인증의 역사가 짧고 대학별 수준 차이가 큰 현재로선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의 효과가 중요합니다. 경영교육인증원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보는 효과는 각 경영대학들이 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교수들이 각각 열심히 가르치긴 하지만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자리는 실제로 거의 없죠. ‘우리 대학을 어떻게 특성화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경영 교육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이군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본질은 교육 시스템과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죠. 특히 부실한 교육을 하는 대학의 책임이 큽니다. 대학들마다 상황에 맞게 어떻게 특성화를 시켜서 현장에 맞는 인재를 배출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졸업생의 취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데 반값 등록금 압박까지 겹쳐 대학 재정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질 좋은 교육을 해야 하는 사회적인 요구와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죠.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다 접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죠. 대학교육의 기본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다른 변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영이라는 말이 참 인기가 많죠. 디자인 경영, 호텔 경영, 관광 경영 등 다양하게 쓰입니다. 이렇게 경영이라는 말을 여기 저기 쓰는 것은 자칫하면 부실한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영교육인증은 경영학 학사를 주거나, 전체 개설 과목 중 경영학이 일정 비중 이상을 차지하든가, 학과 이름에 경영이 들어가는 경우 인증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영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경영이라는 이름을 붙인 학과들이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정리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학과의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죠.”
▷각종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을까요.
“2006년 인증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전임교수 수, 과목당 학생 수 등 양적인 기준입니다. 양적인 지표만으로 교육의 질이 반드시 좋아진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전국 150개 경영학과에 적을 둔 학생이 30만명인데요, 전임교수 수는 5000명입니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이 60 대 1이죠. 초등학교보다도 못한 학생·교사비율입니다. 경영교육인증은 25 대 1의 학생 대 교수 비율을 요구합니다. 이런 양적인 지표를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경영학과가 교수를 채용하는 등 자원 확보에 나서게 됩니다. 경영교육인증을 받은 대학이라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갖췄다는 것이 입증됩니다. 경영 교육의 상향 평준화라고 할 수 있겠죠. 인증 과정이 보통 3년가량 걸리는데 많은 대학들이 이 과정에서 교육 여건이 향상됐습니다.”
▷좋아진 예를 들어주신다면.
“2008년 인증을 받은 충북대가 대표적입니다. 충북대는 자체적으로 대학 내 모든 학과를 평가해서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인증을 받은 이후 경영대 소속 경영학부와 국제경영학과 등이 줄곧 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경희대는 관광경영과 골프경영학과를 합치는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인증을 받은 후에는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경영교육인증원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효과는 학생들의 수요처, 즉 기업에서 인증 받은 대학 출신들을 조금은 다르게 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학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지 기업들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영교육인증을 받은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은 분명이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부분을 인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대학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로 참고 자료가 될 것이고요.”
▷인증이 정부 지원과 연계될 수 있을까요.
“정부가 대학에 행·재정적 지원을 할 때는 대학들의 자율적인 평가에 따른다는 것이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경영교육인증원이 바로 자율적인 평가 기관이죠. 현재 공대, 의대, 치대, 간호대, 건축 등 이공계 5개와 경영, 무역 등 인문·사회계 2개 등 총 7개 분야에 자율 평가 기관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간호평가원과 한국건축교육인증원은 정부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경영교육인증원도 정부의 인증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들을 거의 맞춰가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경영교육인증이 정부 지원과 연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증원이 또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경영교육혁신센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영학 교육 여건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인증을 받은 대학들이 교육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공동 협력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 올해까지 인증을 학부 과정에 한정했는데 내년부터는 인증 범위를 대학원의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넓히려고 합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