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케임브리지처럼 '대학 네트워크'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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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제3의 교육혁신' 주장
"한국 사회의 과도한 대입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 서열이 완화돼야 합니다. '서울대 폐지론' 같이 억지로 하기보단 대학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향이 돼야죠. 영국의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처럼 주변 대학들이 연계해 같은 이름을 쓰면서 각각의 캠퍼스로 운영하는 '발상의 전환' 이 필요합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53)는 11~12일 강원도 고성 DMZ 박물관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독(韓獨)포럼에서 '고등교육에서의 젠더와 혁신' 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대학 서열과 경쟁을 줄이면서 동시에 무조건적 평준화를 지양하려면 대학 네트워크를 만들고,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대학에 대해선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네트워크 체제가 뿌리 내리면 자연히 대학 간 서열이 약화되고 협력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부터 과거 제도를 도입한 영향으로 시험 성적 순으로 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공정하며 대학 서열화도 당연하다는 '신화' 를 갖고 있다" 며 "이런 전통 때문에 독일이나 유럽식 교육 제도를 선뜻 택하기 어려워하므로 '제3의 방법' 으로 대입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우파적 대안은 시장 경쟁에서, 좌파적 대안은 국가 개입에서 해결책을 찾는데 모두 한계가 있다" 며 "보수정당이 주장하는 '경쟁을 통한 수월성 교육' 과 진보정당이 말하는 '협력을 통한 평준화 교육' 을 넘어 공공성(좌)과 자율성(우), 다양성(좌우)의 원칙 하에 제3의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 정책을 특정 이념에 맞춰 강제하기보다 정부가 '보상 구조' 를 디자인해 자발적 혁신을 유도하는 접근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립대 네트워크를 만들어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 기준과 들어오면 얻게 될 보상 패키지를 제시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며 "사립대엔 가능한 많은 자율성을 주되 국립대 네트워크가 성공할 경우 영국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와 같은 '사립대 네트워크' 를 권장하고, 국립대에 준하는 정부 지원을 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동시에 20% 수준인 국립대생 비중을 차기 대통령 임기 내 2배 가까이 늘리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립대는 정부가 인수해 '시민대학' 을 설립하는 등의 고등교육 공립화 방안을 제시했다. 시민대학은 미국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나 독일의 예체능 교육을 담당하는 시민대학 역할이 결합된 형태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평생교육센터 역할을 맡게 된다는 내용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 등의 저서를 펴내며 대입 경쟁 완화와 고등교육 혁신을 주장해 왔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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