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 "I ♥ K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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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국산브랜드 버커루·모린꼼뜨마랑, 뉴욕서 패션파티
'섹스 앤 더 시티' 스타일리스트, 뉴욕 주류 패션계에 소개
백화점 바이어 대거 몰려 현지 언론도 취재 경쟁
'섹스 앤 더 시티' 스타일리스트, 뉴욕 주류 패션계에 소개
백화점 바이어 대거 몰려 현지 언론도 취재 경쟁
서울 동대문에서 2004년 시작한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버커루를 보유한 엠케이트렌드가 여태껏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패션 박람회 ‘프로젝트 쇼’에 매년 참가해왔지만 늘 찬밥 신세였다. 전시 부스는 해가 갈수록 구석으로 밀려났다. 좋은 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쇼 디렉터를 만나려고 했지만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 회사 김문환 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우리를 피하던 바로 그 디렉터가 오늘은 먼저 다가와 꼭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 부사장이 그동안의 설움을 일거에 날려버린 현장은 뉴욕 맨해튼 첼시에 있는 드림호텔. ‘K패션 센세이션’이라는 주제의 파티에서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타일리스트를 맡았던 뉴욕 패션계의 대모 패트리샤 필드가 기획한 파티다. 물 빠짐을 다양하게 만든 청바지 버커루와 보끄레머천다이징의 여성복 모린꼼뜨마랑 등 두 개의 한국 브랜드를 뉴욕 패션계에 소개하는 자리다.
1991년 설립된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여성복 온앤온, 올리브데올리브, 더블유닷(W.), 라파레뜨 등의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모린꼼뜨마랑은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과 파스텔톤의 색상이 특징이다.
이날 파티에 초대된 50명의 연예인, 파워 블로거, 사진작가 등 VIP들은 모두 버커루의 청바지와 모린꼼뜨마랑의 원피스를 입고 참석했다.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파티의 컨셉트는 ‘굿 걸, 배드 보이’로 잡았다.
파티의 음악은 100% K팝으로 구성됐다.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 나오자 모델들과 VIP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다 함께 말춤을 추기도 했다. 필드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은 미국 주류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만한 잠재력을 갖췄다”며 “다만 K팝이나 한식 등 다른 문화에 비해 아직 덜 알려져 있어 이들과 접목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영화나 드라마에 한국 브랜드를 참여시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아주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지식경제부와 한국패션협회가 한국 브랜드를 뉴욕 주류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기획한 ‘글로벌 브랜드 육성사업’의 일환. 그동안 인맥이 부족해 뉴욕 진출이 여의치 않았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패션업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필드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다.
효과는 일단 대성공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폭스TV NBC 등 지상파 방송사와 뉴욕타임스 뉴욕포스트 등 신문사, 엘르 보그 등 패션잡지에 이르기까지 80여개 현지 언론사가 참석했다.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을 비롯해 메이시스 블루밍데일 등 백화점 바이어도 24명이나 파티를 찾았다.
버그도프굿맨의 바이어인 아이샤 베넷은 “서울의 패션이 파리 런던 밀라노처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좋은 기회가 됐다”며 “두 브랜드의 입점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리 우 블루밍데일 마케팅 이사는 “오늘 파티와 같이 한국의 패션을 소개하는 행사를 우리 백화점에도 유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민지혜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