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경제민주화 관련 첫 공약으로 ‘재벌개혁위원회 신설’을 12일 내놨다. 이에 따라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달리 재벌 개혁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이 위원회는 각 부처로 산재한 재벌 정책의 종합적이고 구조적이며 체계적인 추진을 위한 것이라고 안 캠프 측은 설명했다.

안 후보 캠프 내 경제민주화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벌 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만 해도 법무부(상법)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법) 금융위원회(금융지주회사법) 국세청(세법) 지식경제부(대·중소기업 상생법) 등 5개에 달한다”며 “현재 사안별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기 때문에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재벌이 경제는 물론 국가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개별 기업의 행위 규제 외 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혁도 검토하며, 각 부처 권한을 유기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위원회는 관련 민간 전문가는 물론 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시켜 위원회가 의결한 사항이 유효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독립성 확보를 위해 위원장은 민간인으로 선임하도록 했다. 또 위원회 본부를 청와대 안에 둬 대통령이 수시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경제민주화포럼 관계자는 “집권 1년 이내에 관련 법령을 정비(재벌개혁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법 제정)하고, 매년 재벌 개혁의 성과를 국민께 보고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한은 개별 부처가 갖는 방식이어서 자칫 별다른 실효성도 없이 ‘옥상옥’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도 경쟁력강화위원회나 녹색성장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와 같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각 부처 장관들이 위원으로 들어와 있다고 해도 부처별 이기주의가 해소되지 않는 한 탁상공론만 벌이다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