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놓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다.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하자는 정책에서부터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자는 구호까지 각양각색이다. 관심은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들이 법안으로 통과돼 현실적인 구속력을 가질지 여부다. 각 후보 진영들은 대선 전에라도 당장 가능한 경제민주화 방안을 입법화하자는 뜻을 갖고 있다. 몇몇 정책은 각론에서도 상당 부분 비슷한 것이 많아 여야간 합의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소유·지배구조 개혁 입장 차 뚜렷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혁에 관해선 후보들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외에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도 3년간 유예기간을 둔 뒤 해소가 안 되면 의결권을 전면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비율을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는 10대 대기업에 한해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와 출총제 도입을 반대한다.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여야가 관련 법률을 상정하더라도 의견 차가 커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금산분리 강화도 그렇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주도로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내놓고 있다. 보험사의 일반 계열사 보유지분 의결권 한도 강화, 금융사의 계열분리를 위한 중간 금융지주사 도입 등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내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론이 많다.

다만 문 후보 측이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구체적 공약으로 내세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 9%에서 4%로 축소’에 대해선 박 후보 측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 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 개혁 법안 상당수 통과 가능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규제나 경제 범죄 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 부문에선 각 후보들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방점을 재벌개혁보다는 대기업의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 개혁에 찍고 있는 만큼 관련 법률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라도 당장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나 담합, 하도급 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는 법률도 발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선 문 후보나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도 세 후보가 입장을 같이한다. 때문에 경제 범죄 사범에 대한 집행유예 및 사면 제한이나 배임·횡령 시 징역형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논란 대상인 공정위 전속 고발권은 세 후보의 입장이 엇갈려 법안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