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고객 관리 체계가 허술한 점을 악용해 훔친 카드로 수천만원의 예금을 인출한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M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카드를 훔쳐 예금 인출 사실을 카드 주인이 알 수 없도록 입출금 내역 통보 서비스를 해지한 뒤, 예금 수천만원을 빼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로 최모씨(4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6월17일 오전 11시께 서울 무교동의 한 빌딩에 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직원인 척하고 들어가 17층의 한 사무실에서 이모씨(44)의 CMA 카드와 명함 등을 훔쳤다.

이어 이씨의 카드 계좌가 개설된 M증권사 종로지점에 전화를 걸어 예금 입출금 내역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주는 ‘알리미 서비스’를 해지한 뒤 29차례에 걸쳐 계좌 잔액 2750만원을 인출했다.

경찰 조사 결과, M증권사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확인되면 즉시 알리미 서비스를 해지해줬고, 해지 사실을 고객 휴대폰으로 별도 통지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서비스 해지를 위해 M증권사 콜센터에 먼저 전화를 했지만 콜센터 직원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자 다시 지점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카드 비밀번호는 이씨 명함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의 숫자를 대 우연히 맞힌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절도 전과 4범으로, 2010년 생선구이 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또다시 범행을 결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