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벌 FRM 관리계좌투자 총괄 인터뷰

“헤지펀드로 다시 돈이 모이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위기를 계기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재간접 투자방식(Fund of Fund)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관리계좌형(managed account) 헤지펀드 투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재간접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FRM의 에릭 벌 관리계좌투자 총괄은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헤지펀드가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주식으로도 5%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든 수익을 내야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다시 헤지펀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리계좌형 헤지펀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 정도 운용 자산이 늘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FRM은 영국의 재간접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7월 세계 최대 대안투자 전문운용사인 MAN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 운용자산(AUM)은 195억달러로 재간접 헤지펀드 분야에서 10위 업체다. 이 가운데 76억달러를 관리계좌형 헤지펀드가 운용한다. 관리계좌형 헤지펀드는 자산을 여러 헤지펀드들에 나누어 투자한다는 점에서 재간접 헤지펀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해당 헤지펀드는 투자자문역으로 운용만 담당하며, 자금은 외부에서 따로 관리된다. 이 때문에 유동성 확보 및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이치방크, 릭서, 알파메트릭스, 퍼멀 등 유럽계 업체들이 강세인 분야이기도 하다.

벌 총괄은 “단순하게 헤지펀드들에 돈만 집어넣는 방식이 주를 이루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이 점점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의 고질적인 문제인 투명성 부족, 투자 목표 달성 실패, 자금 운영 과정의 통제 능력 부족, 유동성 위험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간접 헤지펀드 업체의 통제 능력 강화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리계좌형 헤지펀드의 경우 기관투자자 각각의 니즈에 맞고 유연성있게 투자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열린 구조(open architecture)’가 화두다. 헤지펀드 업체 간 통합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가 전반적으로 ‘합리화’되면서 인수합병(M&A)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전략을 다양하게 짤 수 있고 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FRM은 당초 리서치 업체로 출발해, 1997년 재간접 헤지펀드 분야에 진출했다. 헤지펀드 분야에서 15년간 꾸준한 성과를 내온 업체는 드물다. 그 비결을 묻자 벌 총괄은 “자금 운용을 맡는 헤지펀드들과 최대한 밀착해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흔히 헤지펀드가 투자 리스크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운영리스크 관리가 제일 문제”라며 “매일 직원을 보내 실태를 계속 확인하는 업체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