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여의도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을 목격했던 한 시민은 범인을 보자마자 112에 신고했다. 그랬더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라서 잠시 후에 전화하라”는 ARS(자동응답시스템) 멘트가 나왔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신고를 포기하고 직접 범인을 뒤쫓아야 했다.

긴급 전화인 112 신고 전화를 받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탓에, 전체 신고자의 30% 정도는 신고 접수자가 아닌 ‘통화 중 ARS’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 중’에 걸려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10통에 3통꼴이라는 얘기다.

서울지방경찰청이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윤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서울경찰청 112 신고센터로 걸려온 전화는 모두 500만여건이었으며, 이 중 ‘통화 중’으로 연결된 경우가 147만여건에 달했다.

특히, 대기자의 3분의 1가량인 51만여건은 통화도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고자의 30%가 한 번에 신고 접수자와 통화하지 못하며, 이 중 절반은 아예 신고를 포기하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112 신고 전화를 접수하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 112센터 접수요원 150명의 1인당 하루 평균 신고 접수처리 건수는 302건으로 뉴욕의 20건, 도쿄의 30건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신고전화가 집중되는 오후 4시에서 8시 사이에 인력을 보강하고, 통화 대기 전화가 끊기면 발신자에게 확인 전화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