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철강사들의 생존능력을 시험받는 때가 도래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올해 철강업계 전망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경기침체로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원가절감 등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대응도 ‘확장’에서 ‘긴축과 위기대응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WSA) 집행위원회에서는 올해 철강수요를 지난해 예측치보다 3% 이상 줄어든 14억2000만t으로 예측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침체를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철강사들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던 조선용 후판 시장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조선용 후판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조선경기의 호황을 타고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조선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철강사들은 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 수요가 줄어든 데다 물동량까지 덩달아 감소해 신조발주와 후판소비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용 후판가격은 최고점의 60%인 t당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1위인 포스코는 지난해 일찌감치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후판 부문 2위인 동국제강은 포항의 노후화된 공장을 멈추는 등 감산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냉연제 비중이 높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 제3고로가 완성되면 쇳물 생산량이 넘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세계적으로는 쇳물 공급과잉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6억4000만t 넘친다. 세계 4위권인 포스코의 지난해 조강생산량 3700만t의 1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의 초과 생산량은 2억t 이상에 이른다. 중국 철강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건 철강 메이커들은 철광석 자급률을 높여 조금이라도 생산비용을 줄이려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오는 2015년까지 철광석 자급률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무서운 속도로 철광석 광산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철광사들도 광산 매입에 나섰다.

비용절감이 절실한 중국 바오산강철과 허베이강철이 국가 주도의 구조조정 수순을 통해 조강 생산능력 1억t이 넘는 초대형 제철소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리우 하이민 중국야금경제발전연구센터 박사는 지난달 열린 철강산업발전포럼에서 “중국 철강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조정과 기술 개발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업계 최고로 꼽히던 신일본제철은 주요 판매처인 도요타자동차의 재부상과 함께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 등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새다. 이달 안으로 스미토모금속과의 합병이 끝나면 생산량 기준으로 업계 1위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신흥국 진출, 고부가가치 강종개발 등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말레이시아 냉연공장, 인도 일관제철소에 각각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 발레와 손잡고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설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제품 소비처를 미리 확보해 불황해 대비하는 것도 국내 철강사들의 주요 전략이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성진지오텍으로 이어지는 벨트를 구축, 소재기업에서 자원개발과 엔지니어링 등을 아우르는 종합그룹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자동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갖췄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멕시코에서 열린 철강 콘퍼런스에서 “세계적 경기부진이 2~3년간 이어져 철강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의 위기 극복 과제로 △플랜트 수주에 대비한 특수강 등 고급 강종 개발 △해외 진출강화 및 생산 속도 조절 △시황 악화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 확보 등을 꼽았다. 국내 철강사들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