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서는 동부제철의 임금 삭감이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현장직이 많은 철강업계의 특성상 임금 삭감은 극약 처방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중소 철강사들의 부도에 이어 이제는 대형 업체들까지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부터 시나리오 경영 전략을 4단계인 ‘S4’로 올렸다. 4단계부터는 비상 상황에 해당한다. 자동차용 강판 등의 수출을 최대한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마지막 5단계가 되면 감산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관측이다. 1968년 창사 이래 포스코가 감산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2월 20만, 2009년 1월 37만밖에 없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휴가철 전기로 수리 등을 통한 소량의 생산 조정은 상시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본격적인 감산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열연코일 생산량을 월 2만5000~3만 정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역시 최근 열연코일의 감산을 결정했다.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은 그대로인데 완제품인 열연코일 가격은 급락해 수익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 포항제강소의 1후판 공장을 전격 폐쇄했다.

물론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규모가 작아 본격적인 감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글로벌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이 보유 중인 고로 63기 가운데 12기를 놀리고 있는 등 해외 업체들에 비해선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최대인 독일 티센크루프는 미국과 브라질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 공급 과잉을 불러온 중국 철강사들까지 최근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분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과 건설 등 양대 수요 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지난 3분기 주요 업체들의 실적은 대부분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선업의 불황으로 후판 등의 판매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