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된 개인 신용정보를 해커에게서 사들여 법률사무소에 불법으로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일당과 이들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아 불법으로 사건을 수임해온 변호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개인정보 브로커 양모씨(45)를 구속하고 박모씨(3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또 양씨에게서 사들인 개인정보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황모씨와 사무장 최모씨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수원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차려놓고, 중국 해커들이 대부업체 등 국내 금융회사 서버를 해킹해 빼낸 67만여건의 개인정보를 건당 200~700원씩을 주고 사들였다. 유출된 정보는 금융회사 회원들의 대출 관련 상담 내역 및 개인 신상정보였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7~10등급인 저(低)신용자, 이미 대출 경험이 있거나 대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 뒤 대출 관련 상담을 하는 것처럼 속여 대출 내용, 자산, 신용정보 등 금융거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변호사 황씨와 사무장 최씨는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 신청자를 대거 유치하기 위해 사건을 수임했을 때마다 개인정보 1건당 30만~65만원씩을 주는 조건으로 양씨 등으로부터 800건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개인정보를 건네받았다. 현행 변호사법상 브로커를 통한 사건 수임 행위와 변호사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불법이다.

황씨와 최씨는 작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 불법으로 넘겨받은 개인정보 800여건 중 300여건을 통해 사건을 수임, 총 1억25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양씨에게 줬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한 법률사무소에서 개인회생 관련 상담을 받은 고객이 자신의 상담 내역을 알고 전화를 걸어온 황씨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황씨와 최씨는 현재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법조비리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