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고객 많은 우리銀, 수익 관리 '비상'
기업 고객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이 성동조선해양·SPP조선·웅진홀딩스 등의 손실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은 10일 리스크심의회를 열고 앞으로 자기자본의 1%를 초과하는 대출을 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잠정 결정했다.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 20조원이므로 2000억원 초과 대출은 앞으로 훨씬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게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래는 자기자본의 5%(1조원) 초과 대출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려 했으나 지주사와의 논의 끝에 1%로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보와의 약속도 못 지킬 지경”

우리은행이 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은 최근 웅진홀딩스의 예상치 못한 법정관리로 충당금 1100억원을 쌓아야 하는 등 기업대출 손실이 커지고 있어서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은 총 78만곳에 이른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약 96조원으로 국내 은행 중 가장 크다. 경기 침체가 지속돼 기업대출 부실률이 높아지면 우리은행이 구조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때문에 충당금을 5000억~6000억원가량 쌓았고, 하반기에는 특별히 대규모 충당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웅진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은행의 예상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로 인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업무협약(MOU) 형태로 약속한 올 순이익 목표치를 맞추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이대로라면 올 연말 예보 MOU를 초과 달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목표치조차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또 “각종 행사 비용을 줄이고 연체율 관리에 힘써 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우리은행이 예보와 약속한 올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약 1조4700억원이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5923억원, 2분기에 2205억원 등 상반기 8128억원을 벌었다.

문제는 하반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불경기, 각종 이자·수수료 마진 감소로 하반기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며 “당초 예보 MOU를 1000억원 정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갑작스레 웅진그룹 사태로 충당금 1100억원을 추가로 쌓게 돼 목표치 달성이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안전한 대출’ 늘려라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손실과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이익도 늘려야 한다. 이 행장은 이와 관련해 우량 대출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담보대출, 보증서 대출 등 우량 대출자산을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2%대 이하로 떨어진 순이자마진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카드 부문 실적 제외)은 지난 1분기 2.08%, 2분기 1.98%, 3분기 1.92%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 대출을 늘리고 손실률을 낮추는 ‘정석’ 영업에 주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