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 서서울농협조합 본점에서 사업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A씨는 2009년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64만3561원의 이자를 더 지불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황당해했다. 농협이 전산조작을 통해 약정금리(가산금리)를 A씨 몰래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피해자 조사를 받으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자신이 계약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A씨 같은 피해자는 서서울농협 본점과 갈현, 망원, 상암, 신사 등 총 9개 지점, 573명에 달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6단독 박찬석 판사는 고객 몰래 대출 금리를 올려 1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기소된 서서울농협 본점 조합장 박모씨(66)와 상임이사 이모씨(68)에게 각각 징역 1년4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기획상무 정모씨(46)에겐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박씨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대출상품 가산금리를 올려 수익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2009년 1월 서서울농협 본점 간부 회의에서 “(농협의)손실을 막기 위해선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얼마 뒤 긴급지점장 회의를 소집, 각 지점과 본점 직원들에게 대출 계좌의 가산 금리를 고객 몰래 높여 전산에 입력하라고 지시했다. 서서울농협 본점이 금리를 1.74%p를 인상하는 등 본점과 9개 지점은 경영 여건에 맞게 가산금리를 조정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고객들은 매번 지불하는 이자 액수가 비슷하다 보니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고객은 573명. 총 628개 대출 계좌에서 금리조작이 이뤄졌다. 농협 측이 얻은 추가 이자는 18억6556만원에 달한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금융기관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금융질서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며 “금융기관 간부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금리를 조작한 범행 수법과 규모 등을 보면 엄정한 처벌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박씨 등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모두 돌려준 점 등을 감안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