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담배판매권 불법 지정 받아
신동빈 회장도 담배 소매업자

롯데그룹이 불법으로 담배판매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담배 소매인 지정 업소 50m 이내엔 다른 담배 가게를 열 수 없다. 롯데가 먼저 담배판매권을 획득해 경쟁사 점포에서 담배를 팔 수 없도록 한 것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이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맹점주에게 돌아가야 할 담배판매권을 본사 명의로 받아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자영업자들의 사업권인 담배판매권까지 따내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담배소매인 지정을 회사이름(법인)으로 800개나 받아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회사 대표들도 개인 자격으로 91건이나 지정을 받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세븐일레븐의 직영점과 가맹점 4422개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20%인 891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이 실제 담배를 파는 가맹점주가 아닌 세븐일레븐 회사이거나 전·현직 회사 대표다.

현행 담배사업법 제16조 등은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담배소매인은 '점포를 갖추고 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자에게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와 맺은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담배소매인 지정은 세븐일레븐의 명의로 한다는 조항을 두고 담배판매권을 확보해왔다.

이처럼 롯데가 불법으로 담배판매권을 확보한 이유는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세븐일레븐 매출액 중 담배는 평균 40%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 1조6862억 원 중 담배 매출은 6413억 원에 달했다.

4개 담배회사(KT&G, BAT코리아 등)에서 받는 광고수수료도 롯데가 담배판매권을 지정받은 이유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은 매장마다 설치된 담배진열장 면적만큼 광고수수료를 받아 가맹점주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담배판매권을 지정받고 영업을 하다 계약기간 종료, 폐업 등을 하게 되면 기존 판매권을 승계할 수 없다. 새로 가맹점을 열면 담배판매권을 신규로 따내야 하는데 지정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신규로 지정을 받으려면 추첨을 통한 경합 과정을 거치고 기존 담배 판매점과 50m 거리 규정 등을 지켜야 한다.

김 의원은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매출에서 비중이 매우 높은 담배의 판매권을 지정 받아 신규 가맹점주 모집에 강점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수입 측면에서도 영업외 수익인 담배광고 수수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이에 대해 "편의점 가맹계약 유형은 '가맹점'과 '위탁가맹점'으로 나뉘어 있는데 위탁가맹점의 경우 사업자등록이 법인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 등 전·현직 대표의 실명이 거론된 것은 지자체의 단순한 행정 오류"라며 "개인 차원에서 담배사업을 영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