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김도완 씨(28)는 얼마 전 운전 중 짜증나는 일을 겪었다.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이동 중 좁은 길에 들어선 순간 마주오던 차량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었다. 김 씨는 "옆으로 붙어 이동하면 될 것을 너무 답답해 빨리 움직이라고 한 마디하자 여성 운전자가 '너나 잘해'라며 언성을 높여 당황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평행 주차를 한 뒤 후진을 못해 직접 빼준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운전도 잘 못하면서 승용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화가난다" 며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XXX 김여사' 수난시대 … 왜 여사님은 항상 그렇게 운전을?

◆ 제멋대로 운전에 '배째라' 대응…김여사는 '사장부인 스타일'

운전 실력이 미숙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인 이른바 '김여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7일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블랙박스 동영상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충남 서산 톨게이트 앞. 영상 속 차량이 하이패스 전용차선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흰색 승합차 한 대가 차선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급정거한 이 차량 운전자는 "야 이 XXX아"라는 강한 욕설을 내뱉으며 영상은 끝났다.

11초 분량의 또 다른 영상. 한 여성 운전자가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을 한다. 직진하던 차량과 맞닥뜨리자 여성 운전자는 먼저 "차를 빼달라"고 요구한다. 남성 운전자는 "여기는 일방통행" 이라며 "저기 진입금지 써있지 않냐"고 지적하자 "알았어, XXX아"라고 욕을 하며 적반하장 격의 태도를 보였다.

이들 두개의 동영상은 각각 '오프로드 김여사'와 '욕쟁이 김여사' 제목으로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올랐다. 동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개념없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운전을" 등의 반응을 보이며 동영상 속의 운전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여사'란 용어는 사장 부인이 자가용을 끌고 다닌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운전 규칙을 어기거나 난폭한 운전을 해도 상사의 부인이 운전하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 안하무인 격으로 대응하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이들을 일컬어 네티즌들은 "살인 무기" 표현을 쓰기도 한다.

◆ 사회적 논란된 김여사 이슈…부주의 운전으로 중상 또는 즉사

'XXX 김여사' 수난시대 … 왜 여사님은 항상 그렇게 운전을?
김여사의 운전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4월 '운동장 김여사' 제목으로 올라온 한 동영상(사진)은 한동안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영상 속 운전자는 학교 운동장에서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조수석의 동승자와 대화하며 차를 운행하다 지나가던 여고생을 밀어버려 앞에 멈춰있던 차와의 사이에 끼게 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던 게 엑셀을 밟은 것. 당황한 운전자는 엑셀 페달을 계속 밟은 채 소리를 지르기만 했다. 이 동영상은 가해 운전자 남편이 보험 처리 방법을 상담받기 위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학생은 중상을 입어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가해자는 11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 7월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여사 현금수송차량 사고'로 잘 알려진 올 6월 인천에서 발생한 사건 가해자는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0대 여성 운전자는 폭스바겐 승용차를 몰며 졸음운전을 하다 은행 앞 길가에 세워둔 현금 수송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남성 1명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 대다수 여성 운전자는 '김여사'?…"성 차이보단 초보 운전 및 연령차·개인차의 문제"

일각에선 운전면허 시험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며 시험을 어렵게 바꿔 아무나 운전할 수 없게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다수 여성 운전자들은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며 여성 운전자들 전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 선임연구원은 "김여사 이슈는 운전면허 시험의 문제라기 보다는 초보운전자가 갖는 운전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성별 차이라고 볼 수 없다" 며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명 연구원은 "초보운전자 또는 장롱 면허자가 오랜만에 나왔을 때가 문제시 되는 것 같다" 며 "실제 실험 결과 성별 차이보단 연령차나 운전경력 차이 또는 운동능력, 지적능력 같은 개인적 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성차로 본다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법규를 잘 지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실제 교통사고는 남성운전자가 더 많다" 며 "기존 남성 중심의 성급한 교통 문화에서 벗어나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