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짜 경유가 활개를 치고 있다.정부가 가짜 휘발유의 주요 원료인 용제 불법유통을 집중 차단하면서 시중에서 찾아 보기 힘들 만큼 가짜 휘발유가 많이 사라졌지만, 이 틈을 비집고 가짜 경유가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이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9일 가짜 경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윤활기유 13억 원 어치를 제조책들에게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로 이모씨(4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판매책 김 모(43) 씨 등 일당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2010년 7월부터 지난달 4일까지 경남 양산시 동면의 한 대형 주차장에 3만2000L 용량의 고정용 탱크로리를 설치해놓고 가짜 경유 제조자들에게 윤활기유 100만L(13억7000만원 상당)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윤활기유를 원료로 제조된 가짜 경유를 제조일당으로부터 다시 넘겨받아 정상 제품 가격의 70%인 L당 1350 원에 화물차 기사 등에게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부산에서는 가짜 경유 130만L를 제조해 북항 건설 현장 등에 유통시킨 가짜 석유 유통사범들이 해경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 경유 판매가 활개치는 것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85%에 육박할 만큼 치솟으면서 가짜 경유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가짜 휘발유 원료 집중 단속으로 가짜 석유 제조범들이 휘발유에서 경유로 주 품목을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짜 경유 유통이 늘면서 제조법도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경유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등유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유사 경유’가 주를 이뤘던 반면, 최근에는 자동차와 기계의 윤활유 원료로 사용되는 윤활기유에 부생연료유(폐유에서 나오는 정제유로 목욕탕 보일러용 등으로 사용)를 섞은 ‘불량 가짜 경유’도 대량 유통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생연료유를 섞은 가짜 경유는 품질이 조악해 차량 연료 펌프에 손상을 주고, 엔진 파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