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인맥으로 분류돼 온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경기 과천·의왕)이 결국 탈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로써 송 의원은 캠프 관계자 중 최초이자 유일한 현역 의원이 됐다. 그는 박선숙·김성식 전 의원과 공동으로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을 맡는다. 안철수발(發) 정치권 새판짜기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송 의원은 9일 서울 공평동 안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세력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4·11 총선에 참여했던 것도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 때문”이라며 “안 후보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원순 후보의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어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경기 과천·의왕 지역구에 출마했으며 상대인 박요찬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송 의원은 “안 후보가 모든 것을 걸었듯이 저 역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에서는 국정이 아닌 안철수에 대한 감사만 하고 있다”며 “단 한명의 현역도 없는 안 후보가 벌판에 홀로 남겨져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현역의원으로서 당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려줬다”고 송 의원을 소개한 뒤 “국민이 선택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국민의 기대에 화답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추가 이탈방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송 의원이 ‘안철수 사찰 진상조사위’ 간사여서 어제도 위원회 개편 문제로 의견을 교환했는데 전혀 몰랐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 선대위원장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라는 것이 고작 의원 빼가기냐”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송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 도의에는 어긋나는 일”이라며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문 후보는 ‘아프다’ 외에 다른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일부 개혁성향의 정치인들 이름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호기/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