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공휴일서 제외…국회 법안처리 움직임 '주목'

오는 9일 566돌 한글날을 앞두고 이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라는 각계 단체의 요구가 본격화했고, 인터넷과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여론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

국회에도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공휴일 너무 많다' 22년째 제외 =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정신을 기리고 한글 연구와 보급을 장려하고자 한글 창제 500주년인 1946년 제정됐다.

1970년에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러나 재계를 중심으로 '공휴일이 너무 많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1991년부터 국군의 날(10월1일)과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당시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단체들은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자 제정한 한글날을 생산성 제고라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계도 "국민적 희생만 강요하는 처사"라고 저항했다.

한글날은 2005년 국경일로 승격됐지만 법정 공휴일에서는 여전히 빠져 있다.

◇"공휴일 재지정" 목소리 높아져 = 그러나 한글날이 국민의 의식 속에서 희미해진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휴일 재지정 요구도 높아가고 있다.

한글학회,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와 노동계 대표들로 구성된 '한글날 공휴일 추진 범국민연합'은 지난달 정부에 5만8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공휴일 재지정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래 몇 월 몇 일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세계 최고 문자를 보유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누리꾼이 이 글을 리트윗(RT)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두는 쪽이 교육상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6·여)씨는 7일 "아이들은 휴일로 지정되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더 쉽게 인식한다"며 "교사들도 한글날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국어 교사 박모(27·여)씨도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면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여건상 특집방송을 보여주는 등 일시적 교육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83.6%가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관련 법안 대기 중…내년 지정 가능성 = 국회에는 한글날을 포함한 일부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상정돼 있어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은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을 당론으로 두고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월 말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도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쳐 연말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내년부터는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국정감사와 예산심사에다가 대선 국면까지 겹치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슈화가 되지 않고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국회보다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