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차명계좌 있다 믿었다. 두명과의 저녁자리서 들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 측이 법정에서 "차명계좌가 있다고 믿었다"며 권양숙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당시 검찰 수사 내용을 알만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두 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내용을 듣고서 진실로 믿고 강연에서 말했다.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발언 내용에 대해서도 "당시 사실로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바로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말한 것은 잘못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망 전날 검찰의 차명계좌 발견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았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검찰 수사 내용을 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이 판사는 조 전 청장 측에 "이야기를 전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권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 측이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고소대리인인 당시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의 고소장과 진술조서 등의 증거 채택에 부동의 의사를 밝혀 향후 주요 고소·고발인이 증인으로 채택될지도 주목된다.

출석이 의무가 아닌 준비기일에 이례적으로 법정에 나온 조 전 청장은 재판이 끝나고 "(사건) 당사자로서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조 전 청장 측의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조 전 청장이 다시 황당하고 어이없는 변명으로 자기 범죄 행위를 부인했다"며 "법정에서도 전직 대통령과 유족을 욕보이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이어 "이제 그만 고인과 유족에게 사죄하고 죄값을 달게 받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권 여사가 이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명예훼손)로 지난달 조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