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여성들 '달리기 축제'에 푹 빠지다
“처음엔 재미있어 보여 러닝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이제는 러닝이 삶의 일부가 됐어요.” (이아름·24·대학생)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이 달리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주최하는 러닝 이벤트에 참가한 20대들이 달리기의 즐거움과 건강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참가 신청 ‘하늘의 별따기’

20대 참가자들이 몰려들면서 일부 러닝 이벤트는 참가 신청조차 힘들 정도다. 나이키가 주최하는 ‘위 런 서울 10K’는 오는 28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여의도공원까지 10㎞를 달리는 이벤트. 3만명의 참가 정원을 인터넷으로 신청받기 시작한 지 12분 만에 마감됐다.

지난 5월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나이키 우먼스레이스 서울 7K’도 7000명 정원이 10분 만에 마감됐다. 강영신 씨(23)는 “신청 경쟁이 치열해서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열기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러닝 이벤트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건전지업체인 에너자이저는 6일 헤드라이트를 달고 밤에 달리는 ‘에너자이저 나이트 레이스’를 열고,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은 7일 한국유방건강재단과 함께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을 주최한다.

◆음악과 스마트폰 활용한 축제

20대는 왜 러닝 이벤트에 열광할까. 2008년 ‘휴먼레이스’를 시작으로 5년째 러닝 이벤트를 이어온 나이키의 ‘위 런 서울’은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 있는 음악, 스마트, 문화적 요소를 두루 갖춘 거대한 ‘러닝 페스티벌’이다.

이영미 나이키코리아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지난해 참가자 평균 연령은 26.4세, 남녀 참가 비율은 52 대 48이었다”며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러닝 축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달리다가 지치더라도 3㎞마다 빠른 비트의 록음악을 연주하는 ‘치어링밴드’를 만날 때 힘을 낸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면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애프터 파티’가 준비돼 있다. 올해 ‘우먼스 레이스’의 애프터 파티엔 싸이, 김태우가 나왔고 작년 ‘위 런 서울’의 애프터 파티엔 DJ DOC, 브라운아이드걸스, 양동근 등이 출연해 흥겨운 파티를 벌였다.

스마트폰은 참가자의 필수품이다. 올해부턴 참가자 모두 러닝을 특화시킨 ‘나이키+’ 앱을 구동하고 달리게 된다. 달린 거리와 기록, 속도, 에너지 소비량 등을 측정해 결과를 보여주고 다른 참가자와 기록을 공유하면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해 경쟁심을 유발하는 것. ‘위 런 서울’ 참가자들이 달리기 전과 후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친구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기도 한다.

◆러닝 강습 프로그램도

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20대 여성을 달리기의 장으로 이끄는 프로그램도 있다. 나이키는 대회가 열리기 전 8주 동안 1주일에 두 번씩 ‘트레이닝 런’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나이키 러닝 이벤트에 참가한 뒤 1주일에 두세 번씩 6㎞ 내외를 달리는 조윤경 씨(26)는 “러닝은 외로운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해 20대 여성들이 기피해왔는데 러닝 이벤트에 참가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면서 즐거움을 새로 알게 됐다”며 “작년보다 트레이닝 런에 복장 등을 갖춰입은 참가자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을 보면서 20대에게 달리기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