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예전 시장실이었습니다. 제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여기 여러 번 왔어요.”(박원순 서울시장)

8만여명의 인파가 싸이의 특별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광장에 몰려 있던 지난 4일 밤 9시.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본관동)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던 도서관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박 시장이 이날 예정에 없이 한밤중에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1926년 일제강점기 때 경성부청사로 지어진 후 광복 이후에도 서울시청사로 쓰였던 이 건물은 2008년 리모델링에 착수, 4년여 만인 오는 26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기자는 이날 언론사 중 유일하게 박 시장과 함께 서울도서관을 미리 둘러봤다.

총면적 1만8977㎡에 지하 4층·지상 5층으로 구성된 서울도서관엔 총 20만여권의 장서가 소장된다. 1층엔 정기간행물실·기획전시실, 2층은 디지털자료실과 북카페, 3층엔 서울시와 정부기관 간행물을 비치한 서울자료실, 4층엔 외국어 자료가 진열된 세계자료실이 들어선다. 5층엔 시민들이 야외에서 책을 볼 수 있는 하늘뜰과 옛 청사흔적 및 유물을 보여주는 전시관이 있다. 지하 3·4층은 보존서고(書庫), 지하 1·2층은 시민참여 행사공간인 ‘시민청’으로 활용된다. 서울도서관은 지난달 시의 각 실국이 입주한 신청사와는 2층에서 유리다리로 연결돼 있다.

박 시장은 이날 5층 하늘뜰부터 시작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시 관계자들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었다. 그는 동행한 기자에게도 “(도서관이) 어떻습니까. 괜찮나요”라는 질문을 잇따라 던지는 등 도서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도서관의 각 시설물들은 이용객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시 관계자들의 설명에 연신 “좋아요. 좋아”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4층에 있는 세계자료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한 싱가포르 대사관이 서울시에 책을 기증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서울시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결혼 이민자들을 위해 싱가포르 대사관에 관련 책들을 기증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3층엔 서울자료실과 함께 옛 청사 시장실 및 접견실, 기획상황실이 복원돼 있다. 박 시장은 시장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여기 여러 번 왔는데…”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가 당시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서울시와의 협의를 위해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린 것이다. 시장실 한쪽엔 과거에 사용됐던 시장실 집무 책상과 회의 탁자가 놓여 있었다. 박 시장이 지난달 24일 신청사에 입주하면서 기존에 쓰던 책상과 탁자를 도서관에 복원 전시물로 기증한 것이다.

지상 1~4층에 있는 자료실엔 등록문화재로 보존된 파사드(Facade·건물의 외측 정면)를 활용한 내부 벽면 서가가 있다. 1~2층에 있는 5m 높이의 서가로 들어서니 아직 개관 전이라 책들이 듬성듬성 꽂혀 있었다. 박 시장은 “서고 위쪽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되겠다”며 “(책을 꽂을 때)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