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3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대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첫 TV토론회는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세금·복지 논쟁을 연상케 했다. 일자리 창출, 세금, 재정적자, 복지, 정부 역할 등에 대해 공방이 오갔지만 세금·복지 분야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일자리를 죽이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롬니는 “43개월 연속 8%를 웃도는 실업률에 유가급등, 식료품값 상승 등으로 중산층이 매장돼 버렸다”며 오바마의 경제 실정을 꼬집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롬니는 공격수로, 오바마는 수비수로 나서는 양상이었다. 현지 언론은 대부분 롬니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과 세금 인하 논쟁

오바마는 모두발언에서 “롬니는 부유층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폐지하면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고 에너지 산업과 교육에 투자할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며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롬니는 “부자증세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맞섰다. 그는 “상위 3%의 기업가들이 일자리의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며 “세금을 내리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금 인하는 필요하지만 부유층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세율(40%)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클린턴 정부 때 23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재정적자는 흑자로 돌아섰으며 수많은 백만장자들이 탄생했다”고 했다.

오바마는 연소득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 이상의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40%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롬니는 모든 계층의 소득세율을 20%씩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35%인 법인세는 오바마(28%)와 롬니(25%) 모두 내린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적자와 복지 논쟁

롬니는 “오바마는 증세와 지출 확대를 통한, 정부 주도의 ‘낙수 효과’를 선호하는데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바마는 “롬니는 부유층을 위한 톱다운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며 “증세 없이 세액공제 등 세수구멍을 메우는 것만으로 어떻게 재정적자를 해결할지 말해달라”고 되받아쳤다. 롬니는 “세금 인하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득이 증가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며 “이것이 재정적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응수했다.

오바마와 롬니는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비롯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롬니는 “중소기업들이 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해 추가 채용을 꺼린다”며 “당선되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수백만 가정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바마케어는 중산층 복원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토론 직후 CNN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7%가 롬니, 25%는 오바마가 승리했다고 답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