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제도의 양대 축인 워크아웃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차제에 두 제도의 토대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통합도산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기업부실에 대한 손실은 경영진, 주주, 채권금융회사 등 이해관계자가 적절히 분담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일부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DIP(관리인 유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는 만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채권금융회사의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일반 상거래 채권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통합도산법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DIP제도가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시키는 등 기업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존 경영진이 기업 회생보다는 자신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대폭적인 채무탕감, 이자감면 등 채무재조정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DIP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비판이 있다”고 강조했다.

DIP제도가 2006년 통합도산법 제정 당시만 해도 전문성을 갖춘 관리인이 많지 않고, 제3의 관리인을 선임하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부족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도입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존 경영진의 법정관리 신청을 까다롭게 하고, 채권단이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법정관리 신청 기업에 대해 실사하는 방안 등이 개선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아울러 DIP제도가 적용될 수 없는 ‘부실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거나 채권단이 공동 관리인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법무부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워크아웃 제도는 신청 주체를 현행 기업에서 채권단으로 확대하고 내년 말 만료되는 기촉법을 상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촉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여신의 범위에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 중이다.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개선이 금융위의 의도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도산법과 기촉법을 개정하려면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일단 금융위의 검토 방향에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촉법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사항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으로 더 이상 연장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도산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방지는 이미 법무부가 파산청을 설립해 부실책임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류시훈/임도원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