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음대는 ‘예술학교’가 아니라 ‘예술 실험실’이죠. 버클리음대에는 80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있습니다. 버클리음대가 실용음악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테크닉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로저 H 브라운 미국 버클리음대 총장은 “학생들은 한 해에 10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자발적으로 열고, 방학 때면 친구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며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클리음대를 거쳐간 가수 싸이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코드를 잡아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며 “버클리음대 졸업생들이 할리우드 영화시장, 영국과 미국의 팝 음악시장에서 눈부시게 활약할 수 있는 비결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모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버클리 출신들은 대중음악 분야 최고 영예의 그래미상을 총 222회나 휩쓸었다. 전체 졸업생 중 80%가 음악 산업분야 취업에 성공했다. 브라운 총장은 버클리음대가 다른 음악학교보다 앞설 수 있었던 이유로 ‘전천후 음악 인재’를 만드는 교육 방식을 꼽았다. 버클리음대를 졸업하려면 전체 120여 학점 중 영문학·예술사 등 절반 정도의 교양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신입생의 40%가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하고, 졸업까지 학업을 계속하는 학생은 60%뿐인 이유다.

그는 “전공 장르와 상관없이 멜로디, 리듬, 하모니를 전부 섭렵해야 한다”며 “일부 학교는 하모니만 중시하지만 세 가지 모두 잘 해야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창작자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통의 ‘보존’보다는 새로운 창조나 발견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총장은 음악 학도들에게 “꿈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버클리음대에 유학오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작곡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며 “작사,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음악 치료, 음악 교육 등 분야를 조금 더 넓히면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음악이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가 됐지만, 창작자들은 예술이 가진 본래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의 중심에 음악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버클리음대 재학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적은 한국. 그는 “뛰어난 창작 음악은 여러 나라의 전통과 음악적 뿌리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인들은 서로 잘 돕는 문화를 갖고 있는 데다 이질적인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석했다. 한국인들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최근 K팝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LA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를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버클리 학생 중 가수 서문탁은 특히 잊을 수 없다”며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멤피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2004년 버클리음대 출신이 아니면서 처음으로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2007년 ‘아프리카 장학생 제도’를 만들었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학비가 없어 음악을 포기해야 하는 아프리카 학생들을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1년 만에 5000만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브라운 총장은 대학 졸업 후 유엔에서 파견하는 아프리카 봉사대에 자원, 케냐에서 1년간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다. 학창 시절 드럼을 배웠던 그는 케냐의 교회 성가대와 함께 연주하며 음악이 지닌 ‘소통의 힘’을 확인했다.

브라운 총장은 1986년 보스턴에서 어린이 보육 지원 단체 ‘브라이트 호라이즌’을 설립, 현재 1만9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보육 지원 기업으로 키워냈다. 300여개의 미국 대기업과 연계해 미국 내 8만가구 워킹맘의 어린이 보육 지원, 노숙 어린이 돕기 재단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공공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버클리음대 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