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웅진그룹 주채권단이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회생계획안에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기존대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안을 넣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인은 채권단 추천인이나 윤석금 회장이 아닌 ‘법원이 정한 제 3자’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파산부는 5일 윤석금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채권단 대표 등을 불러 법정관리 신청 배경 등에 대해 심리할 계획이다.

◆코웨이 팔면 지주사 부채 해결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3일 “MBK파트너스 이상으로 웅진코웨이를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웅진이 MBK파트너스를 웅진코웨이 매수자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만큼 계획대로 진행시키는 방안을 법원심리 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것이 웅진홀딩스에 대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홀딩스 스스로 매각 대상을 찾았기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를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웅진코웨이 매각을 발표할 때까지 매각 대상을 물색한 만큼 MBK파트너스 이상으로 웅진코웨이의 값을 쳐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웅진코웨이의 매각대금은 세금을 제해도 1조1000억원가량으로 이 돈이 들어올 경우 웅진홀딩스가 갖고 있는 부채 1조2500억원 대부분을 갚을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반면 윤 회장 측은 그동안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의 입금이 늦어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해 웅진코웨이를 웅진홀딩스 아래 둔채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부채를 갚아나가겠다는 전략이었다.

채권단 측은 웅진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에 대해선 회사별 회생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계열사 중엔 아직 괜찮은 곳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에 대해선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라 회생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다.

◆“관리인은 제3자로”

우리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정되면 웅진코웨이 매각은 물건너 가는 셈이고 채권단 측 사람이 법정관리인이 되면 객관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법원이 정한 제3자가 법정관리인이 돼도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제3자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정되면 계열사에 조기 상환한 금액에 대해 ‘부인(否認)권’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부인권은 파산절차 개시 전에 채권단 등이 파산자가 한 일정한 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지난달 25일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에 차입금 530억원을 조기 상환했다. 차입금 만기일은 3일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그외에도 기존 경영진이 행한 이해하기 힘든 의사결정들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

웅진홀딩스는 청산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웅진홀딩스는 윤 회장의 그룹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지주사인 만큼 윤 회장이 법정관리인에서 배제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인이 법원에 지분의 처분신청을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청산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박신영/박수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