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년 위기 올 수도"…보수적 사업계획 짠다
삼성 컨트롤타워격인 미래전략실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일부터 정상 근무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2일엔 평소처럼 오전 6시30분에 나와 팀장들과 회의를 가졌다. 개천절인 3일에도 근무했다. 밖에선 삼성이 잘나간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더 긴장하고 위기 요인을 미리 점검하자는 취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5일 내놓을 3분기 실적 잠정치는 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게 피크일 거다. 세계 경기는 악화되고 있고, 전자 계열사를 먹여살리던 모바일 사업도 정체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 오전 6시30분 출근 △1차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는 절주 캠페인 △미래전략실 추석 연휴 반납 등 고삐를 바짝 죄는 이유다.

◆모바일 거품 걷히면 그룹 동반 침체

삼성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유럽 북미 등은 제로 성장이 불가피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사업도 불황의 가시권에 들기 시작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100만원대(900달러 이상)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50달러 스마트폰의 부상’이란 보고서에서 “향후 프리미엄급보다 50달러 수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며 중국 업체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은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6조7200억원 중 62%인 4조1900억원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삼성전기(카메라모듈, MLCC, 기판 등), 삼성SDI(배터리), 제일모직(스마트폰 케이스) 등 계열사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모바일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계열사와 사업부가 많아졌다”며 “모바일 거품이 꺼지면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6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TV 사업도 불안하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년동기대비 8%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답 없는 부품 불황

부품 부문의 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이 몇 년째 적자를 내다 지난 4월 분사됐고, 반도체 사업도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지난 2일 발표한 DDR3 2Gb(256Mx8 1333/1600MHz) D램의 9월 하반기 고정거래가는 0.86달러로 지난해 12월 역대 최저 기록(0.88달러)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글로벌 부품업계는 애플의 ‘포로’가 됐다. 여러 완성품 업체가 공존하던 정보기술(IT) 업계가 애플의 등장으로 초토화되고 ‘슈퍼갑’ 애플만 남았다. 애플이 삼성 부품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도 부담이다. 애플은 아이폰5에서 삼성의 메모리칩을 뺐고, 이달 17일께 발표할 아이패드 미니에선 아이패드 시리즈 중 처음으로 삼성 디스플레이를 쓰지 않는다.

5대 신수종 사업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삼성의 자체 판단이다. 2010년 5월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키우겠다고 발표했으나 태양전지는 불황에 연구·개발(R&D)만 남기고 사업을 접었고, LED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