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준에 근접한 국내 MBA

박희선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 대리는 “대학 간판만으로 좋은 데 취직하던 시대는 미국에서도 끝났다”며 “한국형 MBA의 장점은 한국서 조직생활을 하고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소개했다.

대우증권 관악지점에 근무하는 이지혜 씨는 “외국으로 갈까 국내로 갈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국내 MBA도 국제인증을 받고 세계 100위 안에 들어 별 차이가 없다”며 “요즘은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으로 찾아온다”고 전했다. 장희영 한국경제TV 앵커도 “여름방학에는 서머스쿨 형태로 20여개국 학생이 연세대를 찾아 사실상 외국에 나가 외국 학생들과 공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준하 인큐젝션 부사장은 “해외와 국내 MBA를 비교하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 국내에서 사업을 하거나 취직할 생각이면 한국형 MBA가 더 낫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국내 MBA는 외국인 교수가 강의를 하는 비중이 높아 해외 MBA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선 대리는 “과정 후반부에는 미국 와튼스쿨이나 영국 런던정경대 등에서 온 외국인 교수가 가르치는데 국내 교수와는 다른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명문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한국형 MBA는 세계 명문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는 복수학위도 가능하다. 오인철 알리안츠생명 대리는 “과정 중에는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와튼스쿨에서 강의를 듣고 싱가포르국립대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강의를 듣는 시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과정의 경우 한 학기짜리 해외 교환 프로그램 수강도 가능해 비용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다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은 1·4학기는 한국, 2·3학기는 중국에서 각각 보낸다”며 “경영학은 베이징대, 경제학은 상하이 푸단대에서 교육받아 사실상 2년 동안 2개의 과정을 이수하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박희선 대리는 “서울대는 해외 네트워크도 풍부해 학생이 원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어디든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IE비즈니스 스쿨에서 3개월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준규 한진해운 과장은 “세계적인 명문대에 찾아오는 각국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오는지 궁금해 도전했다”며 “유럽 학생들이 아이디어는 좋은 반면 전문성은 약간 떨어져 한국 학생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국내기업 분석에 강점

한국형 MBA는 국내 기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졸업생들의 생각이다. 이지혜 씨는 “국내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어느 분야에서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물어볼 수 있다”며 “수업 중에는 하버드대 케이스 스터디 등을 많이 하지만 한국 기업은 동료 학생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소개했다. 박희선 대리는 “서울대의 경우 ‘Doing business in Korea’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삼성 LG 등 한국 기업 케이스 스터디를 해준다”며 “외국 학생들이 원한다면 한국의 주요 기업을 방문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형 MBA에서는 다양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박다예 연구원은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학기 시작하기 전 두 달간 합숙을 한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해 거기서 살아남는 사람만 입학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오인철 대리는 “고려대 MBA는 세부 심화 트랙이 있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파이낸스 MBA의 경우 세부적으로 자산운용, 투자은행(IB)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유명 자산운용사, 증권사, 보험사의 CEO 특강을 들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지혜 씨도 “세부전공이 많이 있는데 경영인 양성이 목적이라고 본다”며 “내가 직원을 고용해 경영하는 CEO라고 가정해 그때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선 대리 역시 “각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경영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가르쳐준다”고 맞장구를 쳤다.

장희영 앵커는 “연세대는 조교가 강의 시간 두 차례 출석체크를 하는 등 학사관리가 엄격하다”며 “돈 내고 MBA 학위를 따겠다는 생각으로 온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인철 대리 역시 “출석률이 일정 비율 이하면 졸업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국어는 필수

국내 MBA의 강의는 상당수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코스콤에 근무하는 이정석 씨는 “교수들이 거의 미국에서 오고 수업시간에 한국말을 쓰면 조교에게 지적을 당한다”며 외국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인철 대리는 “입학시험 면접을 두 차례 영어로 진행했다”며 “말하기와 쓰기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지 못하면 졸업할 때까지 별도의 영어수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을 마친 박다예 연구원은 “MBA 건물인 국제관은 한국어를 아예 쓸 수 없다”며 “국제관에서 누구라도 한 명이 한국말을 쓰면 동기생 전체의 장학금이 취소된다”고 소개했다.

반면 박희선 대리는 “서울대 GMBA는 영어로 수업을 하지만 영어만 쓰도록 강제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외국인 학생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전준하 부사장 역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MBA에 오는 사람이라면 영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과정이 힘들어서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영어를 못해서 그만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이준규 과장은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더라도 확실한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거나 깊이있는 설명이 필요한 경우 한국말로 부탁을 하게 된다”며 “외국어 만능이란 경직된 사고를 가져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