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을 먼저 떠올린다. 우수(憂愁)의 작곡가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을이 꼭 우수의 계절이어야 하는가? 가을만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싶은 계절이란 생각도 든다.

통상 ‘호른 트리오’로 불리는 브람스의 피아노, 바이올린과 호른을 위한 삼중주곡 E플랫장조는 브람스가 작고한 모친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연주하기 어려운 호른을 넣은 것도 그 풍부한 표정을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특히 3악장의 비가(悲歌)에서 호른의 쓰임새는 과연 브람스다운 비통함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런데 4악장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유머러스한 스케르초에 호른이 슬쩍 끼어들어 그 익살의 농도와 격조를 높여주는 것이다. 가을에 만끽하고픈 우수와 행복감이 모두 담긴 가작이 아닐 수 없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