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일본의 모바일게임 개발회사 글룹스를 인수했다. 넥슨은 글룹스 인수로 현재 1%에 불과한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을 24%로 높일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온라인 PC의 캐주얼게임 위주로 사업을 해온 넥슨이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사진)가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강연 직후 카카오톡과 앵그리버드 등을 언급하며 모바일 플랫폼을 강조했던 것이 이번에 구체화됐다는 얘기다.

넥슨 일본법인은 글룹스의 지분 100%를 365억엔(약 5200억원)에 인수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국내 게임업체가 사들인 해외 게임사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글룹스는 그리, 모바게 등과 함께 일본 최고 게임업체로 꼽힌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격돌 삼국지배틀’ ‘대연휴 오딘배틀’ 등 실시간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하다. 6월 말 결산법인인 글룹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출 237억엔(약 3400억원), 영업이익 58억엔(약 830억원)을 올렸다.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넥슨은 글룹스 인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세계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에게 더 재미있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글룹스를 인수한 것은 지금의 게임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 상반기 최고 실적을 올리며 압도적으로 업계 1위를 지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38% 늘었을 뿐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매출이 정체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예컨대 넥슨의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원일 넥슨 미국법인 부사장, 박수민 넥슨 미국법인 부사장, 프로듀서 크리스틴 콕스 등 미국법인 경영진을 포함한 6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넥슨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플라스콘 19%, 올해 2월 모야소프트 19.99% 등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 지분을 잇따라 사들였다.

넥슨은 또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에도 퍼즐게임 ‘퍼즐주주’를 2일 처음 내놓는 등 모바일 사업을 강화해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