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 내에서 덩치와 영향력이 훨씬 작은 ‘새우’가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큰 ‘고래’의 시가총액(시총)을 뛰어넘는 현상이 최근 증시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K팝 열풍에 힘입어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의 시총이 방송사를 앞선다든가, 중국 관광객 유입에 따른 면세점 매출 증가로 호텔이 명품사업 분야 강자인 백화점을 뛰어넘는 식이다. 성장에 는 증시의 특성상 새우가 고래를 압도하는 이 같은 모습은 증시에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래’를 이긴 ‘새우’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방송국과 매니지먼트사 간 관계는 아직도 ‘갑(방송국)과 을(매니지먼트사)의 관계’에 가깝다. 무엇보다 덩치가 비교되지 않는다. 상장 방송사인 SBS의 올 상반기 말 자산총계는 8406억원으로, 엔터테인먼트 ‘대장주’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2370억원)보다 3.5배 많다.

하지만 시총 부문에서는 에스엠이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지난해 7월부터 1년 이상 꾸준히 앞서고 있다. 에스엠이 지난 6월25일 1조49억원(종가 기준)으로 시총 1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1조 클럽’에 올라 있는 반면 SBS미디어홀딩스의 시총은 2일 현재 9303억원에 머물고 있다.

‘강남스타일’ 열풍을 등에 업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도 SBS미디어홀딩스를 최근 추월했다. 와이지엔터는 지난달 24일 시총 9370억원으로 장을 마쳐 SBS미디어홀딩스(8785억원)를 처음으로 제쳤고 이날은 1조1033억원으로 장을 마쳤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명품매출의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 유통업종 내 비교 대상으로 꼽힌다. 자산 규모는 신세계가 4조4262억원으로, 호텔신라(1조4934억원)의 약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시총 규모는 호텔신라가 2조1547억원, 신세계 2조921억원으로 호텔신라가 크다. 올해 엎치락뒤치락하던 호텔신라와 신세계의 시총은 최근 들어 호텔신라의 우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모바일게임주인 컴투스 시총(6708억원)과 게임빌 시총(6162억원)도 넥슨 엔씨소프트 등과 함께 게임업계 ‘공룡’으로 꼽히는 네오위즈게임즈(5873억원)를 최근 앞질렀다. 네오위즈게임즈와 같이 게임 유통에 주력하는 퍼블리셔들은 유통채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소형 게임사들에는 ‘하늘’로 통한다.

◆‘성장 스토리’ 부각이 역전의 배경

고래를 이긴 새우들의 공통점으로는 확실한 성장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와이지엔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팝의 본고장 미국과 영국에서 성공함으로써 아시아지역 이외의 거대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한 게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호텔신라는 중국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중국 관광객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컴투스와 게임빌은 글로벌 게임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 게임빌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48.32%와 36.3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와이지엔터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7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6.64% 늘어날 전망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