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시즌이 5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작된다. 증권사들은 최근 3분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기업 실적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접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4분기부터는 다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아 이래저래 실적 시즌에 대한 전망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기업 3분의 2,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27개 상장기업의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84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가 1개월 전보다 하락했다.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 집계한 컨센서스를 8월27일 컨센서스와 비교한 결과다.

증권사들은 한 달 전만 해도 국내 기업 3분기 실적이 ‘기저 효과’에 힘입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업 실적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크게 악화돼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보다 0.2% 줄고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감소하는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되자 기업 실적 추정치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업종의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대우조선해양(-3.95%) 현대중공업(-3.11%) 현대제철(-2.27%) 포스코(-1.6%) 금호석유(-12.01%) 등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원자재·경기방어주 ‘서프라이즈’ 기대

일부 기업은 당초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대상 기업 중 27개 기업은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기업은 정유 등 원자재 관련 업종과 유통 게임 등 경기방어 업종으로 크게 나뉜다. 에쓰오일(8.42%) SK이노베이션(8.42%) 등 정유사와 풍산(3.32%) 등 비철금속 제련업체들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산된다.

CJ(10.59%) GS리테일(3.21%) 등 일부 필수소비재 및 유통 업체와 컴투스(3.07%) 등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차 동력 약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어닝시즌을 이끌어가는 힘은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조5318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과 진행 중인 특허소송 관련 충당금을 4분기에 반영하면 3분기를 정점으로 이익 증가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뛰어넘는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주가가 시장 평균 이상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도 “3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계기로 하향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사업이 정체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보다 각각 1.06%와 1.67% 하락했다. 그러나 3분기 생산 차질을 빚은 물량이 10월 이후 판매 실적에 반영되면 4분기 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일본 간 갈등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