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각료 18명 중 10명이 물갈이됐다. 노다 총리의 개각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고 소비세 증세 등으로 흐트러진 당내 분위기를 추스르겠다는 의도지만 당 안팎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민주당 대표 재임에 성공한 데 따른 ‘논공행상 내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다 총리는 이번 개각을 통해 조지마 고리키(城島光力) 전 국회대책위원장을 재무상에,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정무조사회장(정책위의장)을 국가전략상에,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전 간사장 대행을 총무상에 각각 임명했다.

신임 각료 중 일본 언론이 가장 주목한 사람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문부과학상이다. 그는 1972년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실현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장녀다. 친중 인사로 분류된다. 2003년 자민당을 탈당,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6선 의원인 다나카는 부친이 총리였을 당시 병약한 모친을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2001년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탄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외무상에 오른 다나카는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하다가 외무 관료들과 대립했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정면 비판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때부터 일본 언론은 그를 ‘여걸’이라고 불렀다.

이번 개각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야당인 자민당은 그동안 장관을 하지 못한 고참 의원들에게 자리를 배분한 ‘재고 떨이 내각’이라고 비꼬았다. 국정수행 능력과는 무관하게 노다 총리가 지난달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됐거나, 자리를 주지 않을 경우 자칫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중진들로 판을 짰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3년1개월간 저출산담당상이 10번이나 바뀌는 등 내각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고 비판했다. 다른 자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담당상은 9번째, 법무상은 8번째, 납치문제담당상은 7번째다. 민주당 6선 이상 중진 의원 28명 중 23명이 장관직을 거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